서울 한복판서 피카소·몬드리안·마티스 名作, 두 눈에 담다 [영상]

입력 2022-09-02 18:23
수정 2022-09-13 18:48

2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테헤란로 영동대로 등 인근 도로는 주차장이 됐고,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유는 딱 하나. 이날 개막한 ‘프리즈 서울+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때문이었다.

세계 3대 아트페어(프리즈)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KIAF)가 한 장소에서 열리다 보니 전국의 미술 애호가들이 삼성동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로 인해 행사장에는 입장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첫날은 VIP만 입장할 수 있는데도 상당수 부스가 출품작을 거의 다 판매했다. 업계에선 오는 6일까지(프리즈 서울은 5일까지) 행사장에서 팔리는 작품가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00억원대 피카소 작품 앞 긴 줄VIP 컬렉터들의 관심은 이번에 처음 아시아에 진출한 프리즈에 쏠렸다. 애쿼벨라갤러리즈 부스에 있는 피카소의 ‘술이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자’(1937년), 로빌런트+보에나 갤러리에 걸려 있는 피카소의 ‘화가’(1967년) 앞에는 수십 명이 줄지어 섰다.

몬드리안의 ‘구성 No.2,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1927년)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갤러리에 걸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High Windows’(2006년)는 지름 2.4m 원에 형형색색의 나비 날개 무늬가 장식돼 있어 최고의 사진 스폿이 됐다. 작품 가격이 275만달러(약 37억원)인데도 구매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회화뿐 아니라 설치 작품도 인기였다. 사디콜HQ 갤러리에 있는 우루사 피셔의 ‘Chalk & Cheese’(2022년)는 두 남자가 아기 옷을 입은 남자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스더시퍼 갤러리에 있는 사이먼 후지와라의 ‘Who’s only whoman’(2021년)은 로봇으로 만든 원숭이가 움직이며 얘기하는 작품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프리즈 경영진이 이번 아트페어의 핵심으로 꼽은 ‘포커스 아시아’ 부스도 북적였다. 설립 12년차 이하 아시아 신진 갤러리로 구성된 세션엔 해외 인사들의 관심이 쏠렸다. 수십~수백억원대의 대작 판매도 줄을 이었다. 미국 대형 갤러리 가고시안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을 1500만달러(약 203억원)에 일찌감치 선판매했다. 하우저앤드워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 구성’도 이날 280만달러(약 38억원)에 팔렸고, 블룸앤드포 갤러리의 30억짜리 대작도 예약됐다.○“한국 컬렉터의 열정에 놀랐다”지난해 역대 최다 거래액(650억원)을 기록한 KIAF는 프리즈 서울의 아래층에 자리잡았다. 프리즈가 중장년층의 놀이터였다면, KIAF의 주인은 20~40대 MZ세대 컬렉터였다. 500만원 이하 작품을 그 자리에서 카드로 긁는 20~30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저렴한 작품만 내걸린 건 아니다. 대가들의 값비싼 작품도 전시장 곳곳에 놓였다. 5억5000만~6억원의 박서보 화백 작품(국제갤러리)은 예약 판매됐다.

아시아 최대 화랑인 탕컨템퍼러리아트는 요나스 보가트의 2억6000만원짜리 대작 회화를 판매했다. 국제갤러리에선 제니 홀저 의자 모양의 대리석 조각 작품이 개막하자마자 2억5000만~3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KIAF에 처음 참여한 벨기에 악셀베르보르트 갤러리의 지나 젠킨스 큐레이터는 “한국 컬렉터의 열정과 시장 열기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프리즈 서울은 올해 처음 열었는데도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다”며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제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총 110개로, LA(100여 개) 뉴욕(60여 개)보다 많다. 일반적으로 아트페어 수익은 참여 갤러리 수에 따라 결정된다.

프리즈 서울이 정기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서울은 독보적 ‘아트 시티’”라며 “프리즈가 런던에서 20주년, 뉴욕에서 10주년을 맞은 것처럼 서울도 20~30주년을 넘어 100주년을 맞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프리즈 서울과 KIAF의 일반 관람은 3일부터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에서 5일까지, KIAF 서울은 1층에서 6일까지 열린다.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 110개 갤러리가, KIAF에는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성수영/이선아/김보라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