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사상 최강의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전망이다. 한반도를 빗겨나갈 것이라고 예측됐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방향을 틀어 6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태풍 중 가장 강력했던 ‘사라’와 ‘매미’보다 더 강한 상태로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강풍, 해일 등 피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태풍”
2일 기상청은 기존 예보와는 달리 힌남노가 6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날만 하더라도 기상청은 힌남노가 대한해협을 지나 국내에는 직접적인 상륙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예상보다 서쪽에서 북진을 시작했다”며 “경로상 더 북쪽으로 움직이게 돼 한반도 상륙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상륙할 시 힌남노 태풍 강도는 ‘강’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태풍의 강도를 중심으로 약, 중, 강, 매우 강, 초강력으로 분류한다. 강 등급의 태풍은 초속 33~43m로, 기차 탈선이 일어날 수준의 위력이다.
현재 예상대로 힌남노가 국내에 상륙한다면 기상 관측 사상 최대 위력의 태풍이 된다. 힌남노 상륙 시 중심기압은 950hPa, 최대 풍속은 초속 43m일 것으로 예측된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하다.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 중심기압 최저치는 각각 951.5hPa과 954hPa이다. 우진규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섬 남동쪽 420㎞ 해상에서 ‘매우 강’인 상태로 북진하고 있다. 힌남노는 한때 초속 55m를 기록하며 ‘초강력’ 등급으로 격상됐으나, 현 위치에서 정체하며 세력이 잠시 약화된 상태다. 북진하면서 해수면 온도가 높은 동중국해를 지나 재차 힘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타이베이 동북동쪽 280㎞ 해상을 지날 땐 다시 초강력 태풍이 됐다가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500㎞ 해상에 이르면 매우 강한 태풍이 될 전망이다. 전국이 피해 사정권힌남노가 국내로 들어오면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에 초속 50m 이상의 바람이 불 수 있다. 영향은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된다. 바람이 초속 25m 이상으로 부는 구역인 폭풍 반경은 5일 오전 180㎞, 6일 오전 160㎞로 예상된다. 바람이 초속 15m 이상 되는 강풍 반경은 420㎞와 400㎞다. 중부지방을 제외하고 전국이 위험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셈이다.
중부지역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힌남노가 북진을 시작하며 각국 수치예보 모델들의 예상이 달라지고 있다. 가령 유럽중기예보센터 모델 ‘ECMWF’는 다른 모델보다 힌남노가 서쪽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힌남노가 서쪽으로 더 크게 돌아 한반도로 진입하면 기존 예상보다 더 북쪽 지방으로 들어오게 된다. 중부지역으로 태풍이 지나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 KIM, 영국 UM, 유럽 ECMWF 등 각국의 수치모델 예측치가 아직 많이 다른 상황”이라며 “어떤 결과값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힌남노 영향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대만 해역에 있는 힌남노가 고온의 수증기를 위쪽으로 올리면서 2일 제주와 남해안에 많은 비가 내렸다. 2~4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250㎜, 전남 남해안과 경남해안 50~150㎜, 경북남부·경남내륙·전남·수도권·서해5도 20~70㎜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어 산사태 및 건물·공사현장 등의 시설물 파손 우려가 있다”며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구역은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