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 예술인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입력 2022-09-02 17:27
수정 2022-09-03 00:04
한국에서 장애인 복지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건 1981년이다. 장애인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되고, 예술은 사치라는 게 당시 인식이었다. 하지만 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하게 되는 것. 그 척박했던 시절에도 장애예술인들은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장애인예술은 오랜 시간 차별과 무시에 시달렸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꾸준한 노력 끝에 2020년 세계 최초로 ‘장애인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중에는 ‘장애예술인의 제약 없는 예술활동 기회 보장’이 포함돼 있다. 국정과제에 장애인예술이 포함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장애인예술이 항상 다른 정책에 후순위로 밀려 소외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월 장애예술인 현장 간담회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관광 환경이 좋아지면 비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관광 환경도 좋아진다”며 장애예술인의 예술활동 가치를 인정해준 것도 놀라운 발전이다.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5대 아젠다 중에서도 ‘장애예술인 지원 기본계획 수립’이 포함돼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지금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 발달장애 화가 8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고, 국민에게 공개된 청와대에서 최근 장애인미술전시회가 열렸다는 점도 장애예술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40년 전에는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 상상조차 못 했다. 이는 장애예술인들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의 관심 덕분이다. 위정자가 관심을 가질 때 변화의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경제학자 파블리나 R 체르네바는 <일자리 보장>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일거리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일거리는 문화예술 활동과 돌봄서비스 분야”라고 했다. 장애인 예술 관련 일자리는 이 둘에 모두 해당한다. 선진국에서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장애인예술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영국은 영국예술위원회를 통한 다양한 지원을 해 장애예술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독일은 예술가 단체 유크레아(EUCREA), 미국은 장애인예술재단(VSA)이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문화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장애인예술 운동인 ‘Able Art 운동’을 통해 장애예술인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장애인예술은 뒤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지만 그 잠재력은 다른 선진국들 못지않게 풍부하다. 조금만 인내하면 이 고통의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