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마저 이럴 수가"…10억 코앞에 두고 6억대로 털썩

입력 2022-09-03 07:23
수정 2022-09-03 08:15

한 때 서울 집값 급등으로 동반 상승했던 경기도 광명시의 아파트가 하락하고 있다. 10억원에 육박했던 아파트는 약 35% 급락한 6억원대에 매매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세금을 피하려는 증여성 거래로 추정하고 있다. 제 값을 못 받느니 증여가 낫겠다는 판단에 급락거래된 매물들로 보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명시 철산동 '철산한신' 전용 89㎡는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동쪽으로 안양천을 끼고 있는 이 단지는 철산대교를 통해 도보 7분이면 서울에 닿아 광명에서도 서울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중 한 곳이다.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도 한 이 단지에서는 지난해 11월 동일 면적이 최고가 9억925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약 10개월 만에 3억4250만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10여일 전 체결된 직전 거래에서 동일 면적이 8억원에 팔린 것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시장 호가와의 차이도 크다. 해당 면적 호가는 최근 거래가보다 2억원 높은 8억5000만원부터 형성됐다. 이를 두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6억5000만원에 체결된 거래가 비정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곤 하지만, 10여일 사이 집값이 1억5000만원 급락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다.


철산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며 "자세한 사정을 알 순 없지만,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에 자리잡은 B 중개업소 관계자도 "중개거래로 등록됐지만 이 지역에서 중개된 매물이 아니다"라며 "시장에 나오지 않았기에 친인척이나 지인 간의 특수거래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해당 거래는 인천 연수구에 있는 중개업소에서 거래됐다. 통상 매물 소재지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투기성 거래나 증여성 거래의 경우 타지역에 있는 중개사가 거래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과하게 낮은 가격에 체결된 거래는 증여성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증여성 거래를 중개업소가 대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한 건의 거래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거래되는 경우는 증여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정해진 증여성 거래를 중개업소가 대서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