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름에 버젓이…'마약김밥·떡볶이' 금지법 발의 [입법 레이더]

입력 2022-09-07 10:29
수정 2022-09-07 11:33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옥수수' 등 식품 이름에 마약과 같은 유해약물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중독될 만큼 맛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수식어이지만, 최근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 같은 표현이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대중들에게 자칫 마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식품 등의 명칭에 유해약물이나 유해물건에 대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식품 이름에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을 사용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마약 역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식품 이름에 마약과 같은 유해약물을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권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마약 유통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 양은 1295.7㎏로 2020년(320.9㎏)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7년(154.6㎏)과 비교하면 8배에 달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용되던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마약 범죄는 2030 젊은 세대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대와 30대 마약사범 비중은 2018년 40.6%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56.8%로 늘었다.

지난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SNS와 다크웹에서 대마를 유통·투약한 일당 178명을 검거했는데, 이 가운데 166명이 2030세대이기도 했다. 마약 범죄자 10명 중 9명이 청년들이었던 셈이다.

마약 판매자들은 특수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 대마 판매 광고글을 게시해 구매자를 모집했다. 다크웹 운영자들은 판매책들로부터 일정액의 보증금을 받고 사이트에 판매 광고글을 올릴 수 있게끔 했다.

마약 전달은 비대면 마약 거래 수법인 ‘던지기 수법’을 썼다. 마약 판매자가 마약류를 담은 봉지를 빌라의 소화전이나 에어컨 실외기 등 미리 약속한 장소에 숨겨 놓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청년층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손쉽게 대마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실 측은 "마약김밥과 마약떡볶이 등은 주로 젊은 세대에게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마약을 쉽게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최근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언어 사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