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4일 만에 이재명 겨눈 檢…李 '사법 리스크' 본격화하나

입력 2022-09-01 18:15
수정 2022-09-08 19:54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 사령탑에 오른 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 공화국’의 정치보복”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면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거짓말 논란’이 쟁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며 소환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뤄진 백현동 옹벽아파트 부지 용도 변경과 대장동 민영개발 사업, 지난해 사망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 세 가지다.

백현동 사업은 이 대표가 시장 시절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종상향해주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성남시가 거부하자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고발하자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대장동과 관련해서는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의 공영개발 사업이 화천대유 등 민간 주도 개발로 전환되면서 이 대표가 사업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당론으로 공영 개발을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과 관련해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핵심이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관련 수사를 받던 도중인 작년 12월 21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대표는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을 갔을 때 나란히 찍힌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민주, 김건희에 화살 돌려이 대표 측은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 대변인은 “사정기관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묻지마 소환’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로 화살을 돌렸다. 박 대변인은 “김 여사가 권력을 잡으면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더니,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나서서 야당을 탄압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라는 거친 언사도 등장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수행해온 김현지 보좌관은 이날 이 대표에게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이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살펴보던 중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도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소환 조사에 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이 대표 측은 출석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정기국회가 시작됐고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이 대표가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이 불가능하다. 역대 국회에서 회기 중 체포동의안 가결은 16차례 이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체포동의안이 의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런 단계까지 가는 것 자체가 이 대표와 민주당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라며 “몇 차례 소환에 불응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당은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대선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내용”이라며 “반드시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형주/최한종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