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맛집은 못 참지…디앤디파트먼트

입력 2022-09-01 17:38
수정 2022-09-08 20:15

회색 콘크리트 벽에 ‘d’라는 흰색 글자가 보인다.

제주를 찾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꼭 들르는 이곳. 2020년 등장한 디앤디파트먼트(디앤디)다. 탑동시네마가 있던 이곳은 한때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다 쇠락한 제주시 탑동을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바꿨다.

디앤디는 일본 유명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전 세계 10곳에서 유행이나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긴 생명력을 지닌 롱라이프 디자인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롱라이프 디자인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말한다. 그가 만든 디앤디는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팔고 싶은 제품’을 파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다. 나가오카는 자신의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에서 올바른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시간이 증명한 디자인, 생명력이 긴 디자인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생한 지 20년 이상 지난 생활용품만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내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묻는다. ‘허 참, 이런 가게도 장사가 됩니까?’”

디앤디는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제주의 지역적 특색을 소개한다. 1층 식당은 제주의 제철 식재료로 제주의 식문화를 새롭게 해석한다. 2층 상점은 제주만의 특산물로 만든 제품과 먹거리, 롱라이프 디자인 감각으로 선정한 생활용품과 가구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창작 레지던스 공간에선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다. 3층은 전 세계 디앤디 중 유일하게 제주에만 있는 숙박 공간이다. 13개의 게스트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롱라이프 디자인 철학을 갖춘 인테리어 용품과 새것 같은 중고 가구, 현대미술 작품과 제주 특산품으로 꾸몄다. 제주의 문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디앤디파트먼트 옆동에는 아라리오 뮤지엄이 있다. 탑동 시네마와 동문시장 모텔 두 곳을 최대한 옛 모습을 살려 보수해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이곳에선 김창완 아라리오 회장이 40여 년간 모은 현대미술 작품 1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런 가게도 장사가 됩니까?’라고 묻던 이곳은 이제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