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을 소주 전쟁’이 예고됐다. 연 3조원 규모인 소주시장에서 1위 하이트진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롯데칠성음료는 증류식 소주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360mL·사진)의 출시를 1일 공식화했다.
소주시장에선 이례적으로 ‘오픈런’을 일으키며 상반기 화제의 중심에 섰던 힙합 가수 박재범 대표의 원스피리츠도 세 번째 제품 ‘원소주 클래식’(375mL)을 이날 공개했다. 하이트진로는 주력인 ‘참이슬’ ‘진로이즈백’(각 360mL)에 지난달 선보인 증류소주 ‘진로1924 헤리티지’(700mL)를 더해 1위를 굳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칠성의 고전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신제품인 처음처럼 새로를 오는 16일 내놓는다고 1일 발표했다. 롯데칠성이 소주 신제품을 선보이는 건 2006년 ‘처음처럼’(360mL) 이후 16년 만이다.
그동안 롯데칠성 주류 부문은 판단 미스, 불매운동, 하이트진로 공세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7년 출시한 맥주 ‘피츠’(500mL)는 주력 맥주 ‘클라우드’(500mL)와 캐니벌라이제이션(자사 제품 잠식)을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선보인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며 롯데칠성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진로이즈백의 인기 요인으로는 원조 진로 소주를 연상시키는 병 디자인 등이 레트로(복고) 열풍과 맞물린 점 등이 꼽힌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 출시를 계기로 2010년대 초반부터 50%대에 갇혔던 소주시장 점유율을 60%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본다.
2019년 하반기 있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예상 밖 악재로 작용했다. 처음처럼을 비롯한 대표 제품은 ‘롯데=친일기업’이란 프레임에 걸려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 주류부문 매출은 2017년 7600억원대에서 꾸준히 줄어 지난해 6700억원대까지 내려왔다. ○건강 콘셉트로 반격 노려롯데칠성은 소주시장 영토 회복을 위해 처음처럼 새로에 요즘 대세인 투명 병을 채택했다. ‘건강’ 콘셉트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기존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는 무설탕 소주로 개발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영양성분 표시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알코올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이긴 하지만, 여기에 증류식 소주를 소량 첨가해 증류식 소주 맛을 낸 것도 특징이다. 이는 최근 소주시장에서 눈에 띄는 흐름인 증류식 소주 열풍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480kL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2019년 3.8%, 2020년 12.5%에 이어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다. 도수는 16도. 출고가는 한 병(360mL)에 1095.6원으로 처음처럼(1162.7원)보다 저렴하다. ○증류소주 돌풍 이어질까원스피리츠의 신제품 출시도 소주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원소주’(2월), ‘원소주 스피릿’(7월)에 이은 세 번째 제품 ‘원소주 클래식’을 이달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원소주 클래식은 국내에서 새롭게 개발된 효모를 사용하고, 상압증류 방식(대기의 압력과 동일한 압력으로 증류하는 전통 증류 방식)을 적용한 소주다. 9개월이 넘는 기간의 실험을 거쳐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효모균주 8종 중 맛, 향, 발효 속도가 가장 뛰어난 ‘5번 효모’를 적용했다. 국내에서 새롭게 개발된 효모를 제품화한 것은 원소주 클래식이 최초다.
원소주 클래식은 28도로 원소주 스피릿(24도·375mL), 원소주(22도·375mL)보다 높다. 소비자 가격은 한 병에 2만19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제품(1만2900~1만4900원)보다 비싸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초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해 프리미엄 증류 소주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병에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달 더현대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