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 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무역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66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6.6%, 수입은 661억5000만 달러로 28.2% 늘었다.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약 12조7000억원) 적자로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678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이고 누적 수입액도 4925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1∼8월 누적 무역적자 역시 247억23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월보다 7.8% 줄었다.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 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로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재고 누적 등으로 당분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31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5.4% 줄었다. 제품별로 보면 석유제품과 철강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내수생산 둔화 여파에 반도체 수출이 3.4%, 석유화학 제품은 10.9% 줄었다.
이로써 대중 무역수지는 3억80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지난 5월부터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한편 대미(對美) 수출은 전기차 판매 확대 영향 등으로 역대 8월 중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56.0% 증가했고 이차전지는 38.7%, 철강은 36.1% 각각 늘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석유제품에 더해 일반기계·의약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역시 8월 기준 1위를 나타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높은 에너지 가격,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 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