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수확되는 햅쌀 45만t을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한다. 예년보다 10만t 늘어난 양으로, 수확기 쌀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입 시기도 앞당겼다. 2007년 이후 최대 물량으로 최근 가파른 쌀값 하락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공공비축미 매입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통상 9월 중순이었던 공공비축 쌀 매입 시작 시점을 8월31일로 앞당기고 10만t을 수확하고 건조하지 않은 산물벼 형태로 매입한다.
정부는 평시보다 양도 늘리고 매입시기도 앞당겨 올해 햅쌀을 시장에서 조기 격리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쌀 공급량 축소 정책과 가뭄 등 여파로 2019년 이후 한 가마니(80kg)당 20~21만원선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산지 쌀 가격은 2020년 흉년 여파로 지난해 10월 22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쌀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며 지난 달 15일 기준 17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까지 쌀값이 고공행진하자 정부의 타작물 전환 유도 기조에도 2021년 쌀 경작면적은 73만2000헥타르로 전년보다 6000헥타르가 늘었다.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급증했다.
이에 정부가 작년 말 생산량과 수요량 예측치 간 차이 27만t에 대한 정부매입에 나서고, 올해 4월에 추가 10만t 매입에 나섰지만 쌀 가격 하락세를 막진 못했다. 이번 공공비축용쌀 매입은 재고미에 대한 정부매입과는 별개의 정책이다.
정부가 추가 생산분 매입에 나섰음에도 쌀 가격이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 식생활 변화에 따라 쌀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란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인당 69.8kg에 달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2021년 56.9kg으로 20% 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연간 풍·흉작 여부를 감안하더라도 401만t에서 388만t으로 거의 줄지 않았다. 같은 기간 쌀 재배면적은 85만헥타르에서 73만헥타르로 줄었지만 생산법이 발전하고 치수관리가 고도화되며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다.
윤석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쌀 생산을 밀·콩 등 전략 작물이나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신품종인 분질미(가루쌀)로 전환시켜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수입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기 위한 원료인 가루쌀 산업 활성화에 107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가루쌀, 밀, 콩 등 전략작물 재배 시 직불금을 부여하는 전략작물직불제(720억원)를 도입해 사업의 속도를 높인다. 동계 작물인 밀과 하계 작물인 가루쌀, 콩을 이모작하는 농가에 헥타르(ha)당 월 25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 2027년 가루쌀 생산 목표는 20만t으로 수입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