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2017년 12월 연말정산 혜택을 받기 위해 거래 은행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개설했다. 펀드 등에 가입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원금 손실이 두려웠던 그는 원금보장형 상품인 ‘1년 만기 은행예금 100%’를 선택했다. 이후 월 10만원씩 꼬박꼬박 불입해왔지만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게 된 그는 지난 5월 부득불 계좌를 해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가 손에 쥔 돈은 지난 4년여간의 납입 원금 총액(54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RP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지급받거나 연말정산 세액공제 등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원리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적금이나 증권사 펀드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그해 예치한 자금의 일정액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도 해지 시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또 이에 해당하는 납입금과 운용 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된다. 다만 부득이한 중도 인출 사유(6개월 이상 요양을 요하는 의료비, 개인회생 및 파산, 천재지변 등)에 해당한다면 3.3~5.5%로 저율 과세한다.
즉 원리금보장형 IRP에 가입했더라도 중도 해지하면 납입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산 매도 금액에서 이 같은 세액공제분을 차감하고 반환하기 때문이다.
예·적금 취급 기관인 은행에서 IRP에 가입했더라도 무조건 원리금이 보장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실제 은행 직원이 안전하다고 해서 믿고 가입했는데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원금 보장을 희망한다면 예·적금 등 관련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운용 지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RP 계좌에서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이 예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으로 다양하고 회사별로 가입 가능한 상품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해야만 낭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