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명의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된 총괄분과위원회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윤석열 정부의 ‘탈(脫)탈원전’ 정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원전·신재생 확대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담았다. 민간에서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을 확대하는 등 전력 분야에서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관계부처 협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된다.
탈(脫)탈원전 본격화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을 빠르게 늘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당시 제시한 2030년 발전원별 비중은 신재생(30.2%)이 가장 높았고, 이어 원전(23.9%), 석탄(21.8%), 액화천연가스(LNG·19.5%) 순이었다.
총괄분과위는 30일 10차 기본계획 실무안에서 2030년 발전 비중을 원전(32.8%), 신재생(21.5%), 석탄(21.2%), LNG(20.9%) 등으로 새롭게 제시했다. 신재생을 NDC 상향안보다 줄이는 대신 원전을 확대해 전력수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6년까지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6기(8.4GW)를 신규 가동하고 노후원전 12기(10.5GW)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운전하는 방안이 담겼다. 석탄 발전은 감축 기조를 유지했다. “온실가스 감축 이행”총괄분과위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 감축안은 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는 지나치게 빨리 확대될 경우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데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가 드는 만큼 축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석탄 발전과 LNG 발전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무탄소 연료(수소, 암모니아)를 통한 발전으로 일부 상쇄할 계획이다.
2036년 전력 수요는 117.3GW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연평균 1.4%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고 가정했다. 목표설비 용량은 예비율 22%를 반영한 143.1GW다. 현재 확정된 설비 용량이 142.0GW인 점을 감안할 때 1.1GW의 신규설비가 필요하다. 총괄분과위는 또 10차 기본계획안에서 태양광발전 증가에 대응해 수요전망 체계를 전력거래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자가용 태양광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력시장 경쟁도 높여10차 기본계획안에는 전력시장을 다원화하는 다양한 방안도 포함됐다. 전력시장에서 시장원리에 기반해 가격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단계적 전력가 입찰 제도를 도입해 발전사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게 첫 번째 방안이다. 전력거래소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일부 탈피하기 위한 조치다. 수요입찰과 관련해선 전력판매사인 한국전력 등이 참여하는 양방향 입찰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전력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도 허용 범위 등 제약을 풀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미리 정한 가격에 전력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선도 계약시장을 개설해 수소 등의 분야에 더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