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무리한 '과징금 때리기'에…증권사들 '몸사리기'

입력 2022-08-30 16:07
수정 2022-08-30 16:12


지난 1년간 중지됐던 시장조성자제도가 다음달 1일부터 재개된다. 참여 증권사는 지난해 14곳에서 올해 6곳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들에 시장교란 혐의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리자 증권사들이 ‘몸사리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30일 한국거래소는 증권사 6곳과 시장조성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한국IMC증권 6곳이 계약했다.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5개 회사는 코스닥시장 시장조성자로도 계약했다. 지난해 총 14개 증권사가 거래소와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시장조성자제도는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 대해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내주면서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시장조성자제도는 정지돼 있었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이 2020년 시장조성자로 참여했던 국내외 9개 증권사들에 시세 조종 및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483억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리면서다.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하거나 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혐의였다.

증권사들은 금감원이 제도 운영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논란 끝에 올 7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시세 조종 등에 대해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가 뒤집혔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과징금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다수 증권사들이 시장조성계약 체결을 망설였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 금감원으로부터 시장조종 혐의를 받았던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부국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이달 한국거래소에 시장조성자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역할은 특히 대형사들이 나서서 해줘야 제대로 돌아간다”며 “이번에 계약한 증권사들도 과징금 문제를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계약 찬반 여부가 크게 갈렸다”고 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최근 시장조성활동에 대한 법률 리스크가 커지면서 참여 증권사들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자들에 지원된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이 사라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2016년부터 시장조성활동 지원을 위해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을 부여했으나, 지난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또는 회전율 상위 50% 이상 종목들에는 면세 혜택을 폐지했다. 고유동성 종목에 대한 면세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유동성종목 중심으로 시장조성자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돼 참여가 저조한 면이 있다”며 “시장조성업무의 활성화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