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오너 3세의 역발상…고무설비에 3000억 투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8-30 15:04
수정 2022-08-30 15:39

금호석유화학이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기능성합성고무(EPDM) 설비 증설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박준경 부사장(사진)이 경영 일선에 올라선 후 첫 번째 투자 결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100% 자회사인 금호폴리켐은 최근 EPDM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29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기간은 올해부터 2024년 10월까지다. 이번 증설로 여수 금호폴리켐 EPDM 설비의 생산능력은 24만t에서 31만t으로 확장된다.

EPDM은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한 합성고무로 범퍼 등 자동차 부품과 전선 절연 피복 소재, 타이어 튜브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EPDM 세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0% 안팎 수준으로 아시아 1위 업체다. 세계 시장에서는 네덜란드 아란세오, 다우, 엑손모빌에 이은 4위 기업이다. 이번 증설로 점유율 12% 수준인 엑손모빌을 넘어서 세계 3위 기업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증설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의 내부 소음을 줄이는 자동차용 부품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2022년 자동차 부문의 EPDM 시장은 17억8710만달러(약 2조4100억원)에 달했다. 반면 EPDM 설비를 폐쇄하는 기업들은 늘어나는 등 공급은 줄고 있다. 2020년부터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폐쇄설비 규모 3만5000t) 엑손모빌(9만t) 아란세오(6만t) 등이 설비를 폐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EPDM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일본 화학사인 JSR로부터 금호폴리켐 지분 50%를 151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매입으로 금호석유화학과 JSR의 합작 관계는 종료되고, 금호폴리켐은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번 투자를 놓고 역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환율, 금리, 물가가 치솟으면 자금조달 등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수요 여건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래 성장 여력을 보고 금호폴리켐 사내이사인 박준경 부사장 등이 이번 투자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가 이사회로 들어오면서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2020년 위생장갑 원료로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설비 증설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의 주요한 투자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