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이후 줄곧 내려가던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멈췄다. '파월 쇼크'로 5% 이상 빠지면서 낮은 가격에 암호화폐를 매입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Fed의 매파적 기조에 전문가들이 잇달아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면서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던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30일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2만264달러로 전일 대비 2.6% 오르며 2만달러선을 회복했다. 이더리움(6.5%) 에이다(4.4%) 솔라나(5.7%)를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반등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3.4% 오른 1조220달러로 1조달러를 웃돌고 있다. 앞서 26일 이후 3일간 비트코인(-7.5%) 이더리움(-10.5%) 등 주요 암호화폐들은 큰 폭으로 조정됐다.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불안에 휩싸인 개인투자자들은 매도하는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더리움을 저점에서 매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뿐 아니라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전반적으로 조정됐지만 Fed의 매파적 입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Fed가 통화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잭슨홀 미팅 이후 증시 급락을 두고 “나는 파월 의장의 잭슨 홀 연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고 실제로 기뻤다(actually happy)”며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겠다고 한 약속의 진지함을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장관도 “파월 의장은 해야할 것을 했다”며 “Fed의 우선 순위가 40년래 최고치인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규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 상원 농업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품거래위원회(CFTC) 신고 의무화 등의 조항을 담은 디지털상품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청문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업장이 위치한 주 당국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연방기관에 대한 거래소 신고를 의무화하면서 증권법에 따라 규제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대신 CFTC를 소관부처로 두려는 게 호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