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거래 가뭄 등의 여파로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 아파트조차 일반 매매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경매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특히 이번주엔 강남 지역 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29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아이파크삼성 전용면적 157㎡(감정가 51억7000만원)와 전용 145㎡(50억원)가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에 나온다. 이 단지에서 경매 물건이 나온 건 2019년 1월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재건축·리모델링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들도 경매 시장에 잇달아 나왔다. 강남권 1호 ‘신속통합기획’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204㎡는 같은 날 경매가 진행된다. 감정가는 47억원이다. 최근 리모델링조합 설립이 인가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청구 전용 85㎡도 감정가 25억5000만원에 이날 경매가 이뤄진다.
다음달 1일엔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50㎡가 감정가 21억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2012년 준공된 청담자이는 10년간 경매 시장에 등장한 게 취하 1건을 포함해 5건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단지들은 대체로 호가보다 감정가가 낮은 편이다. 아이파크삼성 전용 157㎡는 매도 호가가 56억원 안팎이고, 전용 145㎡는 54억원 수준이다. 감정가가 호가보다는 각각 4억원가량 저렴하지만 첫 번째 매각일엔 유찰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 워낙 가격대가 높아 일부 현금 부자로 수요층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앞서 경매 시장에 나와 주목받았던 강남 아파트도 유찰됐다.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한 차례 유찰돼 다음달 8일 2차 매각에 들어간다. 최저가는 감정가 23억원에서 20% 깎인 18억4800만원이다.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73㎡도 다음달 21일 감정가(28억8000만원)보다 20% 낮은 23억400만원을 최저입찰가로 해 경매에 부쳐진다. 일원동 목련타운 전용 135㎡는 다음달 28일 두 번째 입찰에 들어간다. 최저입찰가는 감정가(23억5000만원)의 80%인 18억8000만원이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투자 민감도가 높은 경매 시장도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시장은 100%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 매수심리 위축에 더 민감하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동, 대치동 등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물건은 실거주 의무가 없어 1회차 때 거의 낙찰됐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유찰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26.6%로,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전월 대비 13.4%포인트 하락한 96.6%를 보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