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신용도 비상”…자금 창구 막힌 석유화학 P-CBO ‘노크’

입력 2022-08-29 15:54
수정 2022-08-30 10:16
이 기사는 08월 29일 15: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업계가 자금 확보를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을 찾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신용등급 하락 우려 등이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 대신 P-CBO에서 우회 조달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지난 25일 P-CBO를 통해 700억원을 조달했다. 효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효성화학도 같은날 P-CBO를 활용해 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P-CBO는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모아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제도다. 시중 조달 금리보다 낮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IB업계에서는 석유화학업계 실적 부진으로 공모 회사채 흥행 우려가 커지자 P-CBO로 선회한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화학은 올해 2분기 68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 1분기에 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여천NCC도 올해 2분기에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료인 나프타 대비 에틸렌 가격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석유화학업계가 공모 회사채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도 P-CBO로 우회하는 배경이다. 여천NCC는 지난 2월 열린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건의 청약도 받지 못했다. 당시 발생한 전남 여수 석유화학 공장 폭발 사고로 연기금 등 투자기관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 기업들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석유화학업계 2분기 실적점검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여천NCC 등 4개사가 등급 하향 조건을 충족했거나 근접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직결된 요소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비싼 비용을 내고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3분기에도 석유화학업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업체 별로 수익성 방어 수준, 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