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일자리→민간 투자로…'화단 정리에 수십명 우르르' 없어진다 [2023년 예산안]

입력 2022-08-30 10:00
수정 2022-08-30 13:05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수십명이 쓰레기를 줍거나 화단을 정리하는 단순 노동을 하는 데 투입되는 것은 최근 몇년 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직접일자리 사업의 단면이다. 직접일자리는 비효율적인 일자리를 대거 양산해 고용 착시와 방만재정을 불러온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새 정부 첫 예산안에서 일자리 정책의 기조를 민간 중심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직접일자리 규모를 줄이고 민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직접일자리 4만7000개 정리정부는 30일 발표한 '2023년 예산안'에서 내년도 직접일자리 사업에 3조1177억원을 투입해98만3000개 일자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와 비교해 예산(3조2095억원)과 공급 규모(103만개)를 모두 줄였다. 정부가 공급하는 직접일자리 규모가 100만개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20년 94만5000개 이후 4년만이다.

분야별로 보면 노인 일자리를 2만3000개 줄여 82만2000개 규모로 운영한다. 지역방역일자리는 7000개, 아동안전지킴이 일자리가 1만2000개 감소한다.

정부는 직접일자리 공급을 줄이는 대신 민간의 고용을 유도하는 데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첨단산업과 국가기간전략산업 직업훈련에는 작년보다 3000억원 늘어난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업훈련 규모를 2만8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늘리고, 폴리텍대 첨단산업학과 등 25개 학과도 신설·개편한다.신산업인 플랫폼종사자 특화 훈련도 20만명 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노인일자리는 민간 서비스형 고용을 3만8000명 늘려 직접일자리 감소분(2만3000명)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고령자를 고용하면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지원 대상 규모를 9000명에서 6만1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적인 단순노무형 노인일자리를 줄이고 민간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재정 투입을) 일부 조정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1조원 투입 기업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미래전략산업 육성과 연구개발(R&D) 투자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에는 1조원을 집중 투자한다.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등을 통해 인력 공급 규모를 1만5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기업 제품개발, 실증 인프라 구축 등 사업화 지원에는 1700억원을 투입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위축된 원자력 분야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핵심기술의 사업화, 방폐장 건설 등을 통한 일감창출 지원에 483억원을, 체코·폴란드 등 원전수출을 위해 22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양자·우주 등 유망분야 혁신인재 양성 규모는16만2000명에서 20만3000으로 늘린다.

R&D에는 내년 30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29조8000억원에서 3.0%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었다.

세부 내용을 보면 R&D 고도화에 집중키로 했다. 정부는 7대 핵심전략기술과 6대 미개척분야를 선정해 5조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7대 핵심전략기술은 반도체·5G·미래모빌리티·우주·첨단바이오·이차전지·인공지능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 분야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완전자율주행, 국가거점 우주항공인프라, AI기술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난치병·식량위기·로봇·하이퍼루프·그외 우수기초연구 등 6대 미개척 분야에는 4000억원이 투입돼 연구의 출발을 돕기로 했다.

반면,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 예산은 1조1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줄인다. 불필요한 연구를 간소화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