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오픈엣지 대표 "글로벌 반도체 IP 경쟁사 넘어서겠다”

입력 2022-08-29 16:19
수정 2022-08-30 10:16
이 기사는 08월 29일 16: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이하 오픈엣지)는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다. 2017년 12월 설립돼 아직 업력이 만 5년이 안 됐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글로벌 반도체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계획이다.

◆초기 진입장벽 넘어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 확보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는 29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통상 새로운 반도체 칩 하나를 개발할 때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실패했을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블록 형태로 제공되는 반도체 설계자산”이라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과정에서 두뇌와 뼈대 역할을 하는 특정 설계 블록을 제공하고 대가로 라이선스료와 로열티를 받는다. NPU(신경망처리장치) 설계자산과 여기에 연산 데이터를 공급하기 위한 메모리 시스템 설계자산을 결합한 인공지능 통합 설계자산 솔루션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했다.

반도체 설계자산은 반도체 시장과 함께 시작돼 그 역사가 길고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그만큼 기술적 진입장벽과 시장 진입장벽이 모두 높다.

오픈엣지는 초기 인력의 기술 전문성을 토대로 설립된 지 5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자산 개발 업무를 맡았던 이력이 있다. 2015년 회사를 떠나 뜻이 맞는 동업자 5명과 2년간 선행 개발 작업을 마친 뒤 2017년 12월 오픈엣지를 설립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MD 등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다수의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술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 대표는 “초기에 진입장벽을 넘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오픈엣지의 기술력과 기존 개발 히스토리 등을 토대로 고객사를 초기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레퍼런스가 생기고 나선 좀 더 수월하게 고객사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현재 국내외 반도체 팹리스 회사와 디자인 하우스 등 30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전자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오픈엣지에 참여했다.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매출을 늘렸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07%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70억원을 올려 지난해 연간 매출(52억원)을 넘겼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선순환 구조 확립에 기여

향후 글로벌 반도체 설계자산 회사로 도약해 자금과 인력 측면에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선순환을 꾀하고 싶다는 것이 이 대표의 포부다.

이 대표는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들 때 많은 설계자산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해외 반도체 설계자산 회사로 넘어간다”며 “해외 기업이 그 돈을 연구개발(R&D) 인력에 투자해 다시 국내 반도체 회사와 경쟁하는 이상한 구조를 깨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미 오픈엣지의 기술력이 해외 기업과 견주어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설계자산의 경쟁력은 공간과 비용, 사용 메모리, 소비전력 등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떤 성능을 낼 수 있느냐는 효율성 지표에서 갈린다”며 “오픈엣지의 설계자산이 해외 경쟁사보다 2~3배에 달하는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대내외적으로 입증된 상황”이고 말했다.

해외 사업 확장과 글로벌 인력 풀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거점도 마련했다. 반도체 전문인력이 집결된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각각 법인을 설립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신규 인력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문제가 신규 인력의 유입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인력을 키우는 게 쉽지 않지만 2019년부터 신입사원을 뽑아 리더급 인력들이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실시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장기적 호흡에서 인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양질의 설계자산을 제공할 수 있는 오픈엣지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바라봤다. 국내외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오픈엣지는 9월 7~8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후 같은 달 15~16일 일반청약을 진행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가는 1만5000~1만8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545억~655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126억~3751억원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