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혈당인 사람들은 소량 음주하더라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없지만,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맥주나 소주 2잔에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경고가 나왔다.
19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박주현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952만 629명을 분석해 “정상 혈당인 사람들과는 달리,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담도암은 담관과 담낭에 생기는 암으로, 평균 생존율이 12개월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어서 예방이 최선이다. 이번 연구는 암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50.7)’ 최근호에 발표됐다. 그동안 불분명했던 소량의 음주와 담도암 위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음주가 담도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혈당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체 연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47세로, 평균 추적관찰 기간 8.2년 동안 2만 1079명이 담도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혈당 상태를 기준으로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나이와 성별, 신체질량지수, 흡연력, 활동량, 콜레스테롤 수치, 간섬유화 정도 등 담도암 발병에 영향을 줄만한 요소들을 반영해 분석했을 때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소량의 음주 자체가 담도암 발병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으면 담도암 발병 위험을 키우는 데 알코올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위험이 배가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당뇨병처럼 혈당이 경미하게 높은 경우에도 아주 적은 양의 음주가 담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공복혈당 100 ㎎/㎗ 미만으로 정상 혈당이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기준으로 비교했더니 전당뇨병 환자(100 ㎎/㎗ 이상 125 ㎎/㎗ 이하)는 하루 음주량이 소주 2~3잔(알코올 30g 미만)에 해당하는 경도-중등도 음주 때부터 담관암 발병 위험이 20% 높아졌다. 같은 양을 마실 때 당뇨병 환자(126㎎/㎗ 이상)의 경우 발병 위험이 58%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 알코올 기준 30g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위험이 더욱 치솟았다. 고위험 음주시 담관암 발생 위험은 전당뇨병 환자에서 46%, 당뇨병 환자는 104%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담낭암 역시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음주를 시작하는 순간 담낭암 발병 위험은 각각 18%, 45% 올랐다. 고위험 음주를 하면 전당뇨 환자는 43%, 당뇨 환자는 65%까지 담낭암 발병할 가능성이 증가했다.
연구를 주관한 홍정용 교수는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담도암을 예방하는 첫 걸음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이라며 “혈당이 높은 경우에는 조금 마시는 건 괜찮겠지 하고 여기지 말고 술을 아예 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