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치 치솟는데…"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 시급"

입력 2022-08-29 11:34
수정 2022-08-29 11:44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위한 원전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학회(학회장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학회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는 원전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시설"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는 각국이 골몰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동중인 모든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쌓아만 두고 있다. 이를 지하 500미터 이하에 파묻어 영구 격리하는 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다.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2024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가동을 예고하며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서도 2050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운영을 의무화했다. 스위스, 프랑스, 스웨덴 등 EU 각국과 일본, 캐나다 등이 처분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회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 및 운영 기술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수출 기술이기도 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회는 특별법의 요건으로 △비용 최소화와 처분장 규모의 최적화를 위해 처분 밀도를 높이는 고효율 방식 △사용후핵연료를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 처분량을 감소시키는 건식처리 방식 등을 특별법에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학회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기술적 어려움보다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더 어렵다"며 "부지 선정 전 과정은 과학적 분석과 투명한 절차에 기반해야 하며, 유치 지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전세계 400여 기 원전 운전 역사상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문제가 발생했던 사고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구적 안전을 위해 지하 깊은 곳에 묻어 우리와 완전히 격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분장이 생기면 사용후핵연료는 구리 등으로 된 용기로 겹겹이 둘러싼 다음, 찰흙 등 점토물질로 다시 여러 번 둘러싸 지하 깊은 곳 암반에 묻힌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해 방사선이 유출되더라도 시간이 수만 년 이상 걸리며, 유출 수준 역시 자연 방사선 수준에 그치도록 설계한다.

학회는 "기후변화의 재앙은 불과 수십 년, 아무리 늦어도 금세기 안에 닥칠 것"이라며 "사용후핵연료와 기후위기의 위험은 이렇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비교가 안 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기후위기에 직면한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처분장 건설 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의 연료로 재투입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소듐고속냉각로(SFR)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파이로-SFR 기술이 그것이다. 미국과 한국 공동 연구진이 수십 년 연구 끝에 지난해 공학적 규모에서 이 기술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앞으로 실증 연구를 거쳐 상용화로 연결되면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식에 획기적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