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국내 게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역할수행게임(RPG) 중 하나다. 특정 연령·성별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두루 인기를 누리는 게 특징이다. 올해 서비스 19주년을 맞은 이 게임은 서비스 초기 초등학생 때 즐기기 시작해 성인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골수팬’이 많다. 신규 이용자도 꾸준하다. 지금도 전국 PC방 순위에서 10위권에 들 정도다.
지난 17일 넥슨이 선보인 글로벌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과 메이플스토리의 협업 콘텐츠 ‘출근용사 김석진’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 콘텐츠는 연예인이 등장해 광고 슬로건을 읊는 단순 홍보 콘텐츠가 아니다. 메이플스토리의 오랜 유저로 알려진 진이 게임 기획회의에 참여해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 넥슨은 진이 그동안의 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를 지난 25일 업데이트한 추석 시즌 콘텐츠에 반영했다. 진은 앞서 SNS에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 협업 빵 인증 사진을 게시하고, 메이플스토리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공연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관람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밝은 이야기·2D 캐릭터로 인기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업과 퀘스트 등 정통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만화 같은 2차원(2D) 그래픽과 쉬운 조작, 간단한 규칙을 특징으로 삼았다. 당시 게임사들이 화려한 3차원(3D) 그래픽을 적용한 ‘대작’ MMORPG 개발에 몰두한 것과는 정반대 시도였다. 당시 주류이던 월정액제 대신 소액결제를 중심으로 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의상과 머리 스타일 등 치장형 아이템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소모성 아이템 일부를 돈을 내고 살 수 있도록 한 식이다.
흐름을 역행한 도전 결과는 성공이었다. 친근하고 밝은 그래픽, 쉬운 조작법, 커뮤니티 특성, 부분 유료화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서비스 초기 8년간 매년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경신했다. 2011년엔 여름시즌 업데이트가 큰 반향을 얻어 동시접속자 62만6000명 기록을 세웠다. 당시 국내 최고치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메이플스토리는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 세계 110여 개국에 걸쳐 글로벌 누적 회원이 1억9000만 명에 달한다. 각국에서 원색적인 이야기와 그래픽이 특징인 ‘하드코어 RPG’ 대안으로 떠올라 폭넓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대만에선 현지 서비스 1년 만인 2006년에 회원 500만 명을 돌파했다. ○빵부터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활용넓은 이용층을 바탕으로 IP 협업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책, 생활용품, 옷, 먹거리, 공연 등에 IP를 활용하고 있다. 게임업계 ‘원소스 멀티유스’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2008년엔 메이플스토리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한국과 일본에서 방영됐다. 만화책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RPG’는 누적 판매량이 1800만 부를 넘는다. 카드 게임을 비롯해 학용품, 음료수, 팬시용품 등 다양한 라이선스 상품이 인기를 누렸다.
IP 활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엔 GS리테일과 제휴를 맺고 전국 GS25 편의점에 ‘메이플스토리 빵’ 5종을 출시했다. 이 빵은 포장지에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넣고 캐릭터 스티커를 함께 증정한다. 스티커 80종을 모으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한동안 품귀 현상을 빚었다. 7월엔 디저트 카페 설빙과 메이플스토리 몬스터 IP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 멜론세트’를 내놨다. 이달 25일부터는 커피 프랜차이드 더벤티와 협업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오케스트라 공연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전국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로 진화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대체불가능토큰(NFT) 생태계로도 키울 방침이다. 올 6월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키노트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공개했다. 게임 내 캐릭터나 아이템 등을 활용해 NFT를 거래·공유하는 장이다.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NFT 기반 생태계를 구현해 넥슨의 가상세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생태계 안정성을 더할 계획이다. 크리에이터가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분배받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이를 나눠줄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한다.
넥슨은 메이플유니버스 내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장려하고 개발사와 게임 참여자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등 전반적인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NFT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메이플스토리 NFT가 게임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전방위로 활용처를 확장하고,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 외부 NFT가 들어올 수 있는 융합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