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돈만 투입하는 게 아니다. 자회사의 성장 전략 마련을 돕고, 도움이 될 만한 파트너 기업을 물색해 협업을 지원한다.”
작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해 투자전문기업으로 출범한 SK스퀘어의 운영 방침이다. SK스퀘어는 티맵모빌리티, ADT캡스, 11번가, 원스토어 등 정보통신기술(ICT) 신사업 관련 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 자회사를 키워 작년 1분기 기준 26조원 규모로 추산된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를 2025년까지 세 배인 75조원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투자 유치 전방위 지원
29일 ICT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티맵모빌리티가 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을 전방위로 도왔다. 그간 쌓아온 투자은행(IB)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잠재적 투자사를 물색하고, 양사 간 계약 내용과 이후 협업 안을 짜는 과정에서도 전문 인력을 지원했다.
송재승 SK스퀘어 CIO1 MD가 대표적이다. 송 MD는 SK스퀘어 설립 전 SK텔레콤 시절부터 티맵모빌리티의 자금 조달·투자 결정 업무에 두루 관여했다. 작년 5월 티맵모빌리티가 미들마일(중간 물류) 스타트업 와이엘피를 인수한 때, 티맵모빌리티가 우버의 투자를 받았을 때 등에도 딜의 중역을 맡았다.
송 MD는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티맵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SK스퀘어의 주요 투자 임원들이 SK스퀘어 산하 자회사들의 비상무이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며 "투자 네트워크 활용, 전략 실행 등을 '원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SK스퀘어의 다른 자회사들도 거론했다. 국민은행이 이번 투자로 새로 협업할 기업을 티맵모빌리티로 한정하지 않고, SK스퀘어 ‘ICT 패밀리’를 동원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을 열어뒀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 투자 유치로 2조2000억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0년 12월 분사 당시(1조원)와 비교하면 2.2배에 이른다. SK텔레콤에서 2020년 12월 분사해 독립 출범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거시경제 흐름을 고려하면 발군의 성과다. ○‘볼트온·협업’ 전략 구사
SK스퀘어는 ‘볼트온 투자’ 전략과 협업 확대 전략을 ‘투 트랙’으로 펼치고 있다. 볼트온 투자는 기업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 연관성이 큰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난 3월 말 티맵모빌리티가 2000억여원을 들여 공항버스 기업 두 곳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티맵모빌리티는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를 650억원에, 공항리무진 지분 60%를 약 1330억원에 사들였다. 이들 두 기업이 운행하는 공항버스는 350여 대로 서울에서 공항까지 가는 이동 수요의 20%를 차지한다. 이를 확보해 티맵 앱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국내 택시에서 공항버스, 해외 여행지 택시까지 이어지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연내 티맵 앱에 공항버스 좌석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항공기 이·착륙 정보와 연동해 공항버스 탑승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작년 글로벌 차량공유 기업 우버와 설립한 택시 합작법인 우티도 활용한다. 우티 택시와 공항버스를 연계해 환승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여행지에선 우티 앱으로 현지 우버 택시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티 앱은 우버 앱과 사용자환경(UX)이 똑같고 서비스가 서로 연동돼 외국에서도 별도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자회사와 타사 간 협업도 늘린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손해보험·카드 기업 등 KB금융그룹 전반과 협력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데이터와 금융을 접목해 전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티맵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해 대리운전, 주차대행, 화물 탁송 등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에 특화된 소액대출 서비스를 고안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형 보험상품도 내놓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