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적 발언 이후 급락한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29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8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주일 전보다 7.8% 하락한 1만9859.2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10.3% 내린 1453.5달러에 거래됐다. 이밖에 바이낸스코인(BNB·-8.0%), XRP(-4.5%), 카르다노(-6.7%), 솔라나(-15.8%), 도지코인(10.2%) 등 주요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26일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8분가량의 역대 가장 짧은 연설이었음에도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45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사실상 다음 달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약 17.7% 하락했다. 8월 기준으로 2015년(-18.67%)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는 "9월을 맞이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겐 나쁜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2013년 이후 9월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6%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니콜라스 머튼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 주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단기적 반등이 관측될 수는 있지만 결국 약세장이 심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는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 흐름은 2018년 후반 약세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거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단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하락장에서 공격적인 매수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면서도 "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매수 기회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