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인력을 외국에서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논의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분별한 외국인 유입이 사회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여겨서다.
외국인을 적극 유입하면 인구 절벽의 충격이 줄긴 준다. 통계청 장래인구 전망의 기본 추계에 따르면 2066년엔 인구 4000만 명 선이 붕괴되고 2070년엔 인구가 3765만 명까지 내려온다. 하지만 외국인을 적극 받아들이는 국제순이동 고위 추계에서는 2070년 한국의 인구가 이보다 323만 명가량 많은 4089만 명으로 유지된다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이 같은 추계 결과는 이민 문턱을 낮추고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확대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유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법무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이민청도 이민 확대를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만을 근거로 외국인력 확대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일반 국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1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 점수는 52.27점으로 2018년 조사에 비해 0.54점 하락했다. 이 조사는 관계성, 보편성, 다양성 등에 관해 설문한 결과를 점수화한 것이다. 세부 항목 중에선 ‘교류 의지’에 관한 항목의 점수가 38.76점으로 가장 낮았다. 지난 조사에 비해서도 3.72점 떨어졌다. 외국인을 배척하는 ‘고정관념’이나 ‘차별 인식’ 등은 줄었지만 실제 교류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국민 대다수는 서울 대림동, 경기 안산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이 두 곳은 외국인 인구 비중이 50%를 넘어선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다. 대림2동은 ‘한국 속의 중국’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중국인 중 상당수는 조선족 동포다. 2020년 인구총조사에서 외국인 인구가 1만2179명으로 집계돼 한국인 인구(1만1528명) 규모를 넘어섰다. 공업지역인 안산 원곡동은 외국인 인구가 80%를 넘는다.
한국인 다수는 이곳을 ‘우범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화에서 강력범죄 사건이 일어나는 곳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유입을 확대해 대림·원곡동이 전국 곳곳에 생긴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최근 이민학회·이민정책연구원 세미나에서 “이민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