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통합 재건축·리모델링' 붐…"이해관계 풀어야 탄력"

입력 2022-08-28 17:20
수정 2022-08-29 10:21

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에서 여러 아파트가 공동으로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통합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은 일반적인 정비사업보다 사업성이 높고, 향후 ‘대단지 아파트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몸집’이 커진 만큼 사업 추진 속도가 다소 더딜 수 있고, 주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업성 높고 ‘대단지 프리미엄’도 기대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동작구 사당동 우성2·3단지, 극동, 신동아4차 가운데 우성2·3단지, 극동의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는 최근 주택조합 설립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 67%’를 확보했다. 2020년 10월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1년10개월 만이다. 우성2·3단지와 극동은 오는 11월 5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신동아4차도 이르면 연내 조합 창립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극·신’으로 불리는 이 단지들은 1993년 준공됐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국립서울현충원 사이에 있는 4397가구 규모 대단지다. 현재 용적률이 250%를 웃돌아 재건축은 물론 개별 리모델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통합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았다. 통합 리모델링·재건축은 각 단지가 각종 인허가 등 절차는 따로 밟되, 동일한 시공사를 선정해 하나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 입주민들이 선호하는 커뮤니티시설이나 녹지 공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비사업 업체 한 임원은 “랜드마크급 대규모 아파트는 일종의 브랜드 ‘홍보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통합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래동5·6가 현대1·2·3·5차, 문래현대6차, 문래두산위브, 대원 등 7개 아파트도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총 1973가구 규모로 1986~1998년 지어진 아파트들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현대3차로, 다음달 3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다른 6개 아파트도 각각 55~60%의 주민 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단지와의 이견 조정이 관건분당, 일산 등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차’를 맞고 있는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선 통합 재건축 바람이 일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시범우성, 삼성·한신, 시범현대는 작년 10월 1기 신도시에선 처음으로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공동 결성했다. 총 7769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완료되면 1만 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일산에서는 총 2476가구 규모의 고양시 일산동구 주엽동 문촌1단지우성, 후곡7단지동성 등 4곳이 지난달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꾸려 통합 재건축에 첫발을 뗐다. 총 2564가구 규모의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4단지금호한양, 후곡15단지건영 등 4개 아파트도 지난 5월 통합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출범시켰다. 경기 안양시 산본 신도시에선 솔거대림, 묘향롯데 등 5개 아파트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은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지만 아파트 단지별로 용적률, 대지 지분 등이 달라 전체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통합 시도 자체가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와 목화는 최근 단독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는 한강 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두 아파트 면적의 35%를 기부채납하면 용도지역 종상향을 통해 층수 규제를 50층 이상으로 완화해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목화 주민들 사이에서 “전면 한강 뷰가 보장되는 목화 부지는 기부채납하고 그보다 뒤쪽에 있는 삼부 부지에 새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면서 통합 추진이 좌초됐다. 서울에서 통합 재건축에 성공한 사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 경남 재건축)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이 성공하면 대단지 프리미엄을 앞세워 자산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며 “다만 아파트별 입지, 용적률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 대립을 푸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