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 부위에 통증을 느껴 진료를 받던 사람의 사망 원인을 두고 벌어진 의료사고 소송에서 상반되는 감정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숨진 A씨의 유족이 B 대학병원 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잠에서 깨 침대에서 일어나던 중 실신해 B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불안정성 협심증 진단을 내렸고 A씨는 혈관 성형술을 받은 뒤 퇴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명치 쪽이 답답하다며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은 기립성 저혈압이라며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다.
퇴원한 A씨는 다시 명치 부위 답답함을 호소해 1주일 후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은 의료진 과실로 A씨가 숨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상반된 판단을 내놨다. 1심은 병원에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2심은 책임이 없다고 보고 유족 패소 판결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의는 실신 증상이 시술 후에도 계속됐기 때문에 추가 검사와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추가 검사 없이 경과를 관찰한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2심은 “전문가 의견이 갈릴 정도라면 의료진의 조치가 합리적 판단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감정의견의 신빙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병원 측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숨지기 1주일 전에 있었던 의료행위에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진의 조치가 일반적인 과정이었다고 평가한 감정의견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