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패배 직후 취임해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어온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신임 당 지도부 선출과 함께 80일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우 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은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빚어지는 것은 결국 소통 부재 때문”이라며 “차기 당 대표는 지도부 내부의 의견은 물론 지도부에 포함되지 않은 당내 비주류와도 다양하게 소통해 당내 단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공천학살’이 진행될 것이라는 당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어느 정당이나 계파 갈등이 있지만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은 특정 계파를 학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지난 10년을 봐도 여당은 친박·친이 갈등으로 주류가 바뀔 때마다 비주류에 대한 학살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그런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계파에 소속됐다고 할 만한 이는 60명 정도에 불과하다. 너무 계파 대립으로만 민주당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의 지향점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우 위원장은 “당 새로고침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민주당이 국민 중 43%의 지지는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외연 확장을 하지 않으면 아깝게 패배하는 선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차기 지도부는 변화된 유권자 지형을 검토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비대위의 성과로 당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한 것과 원활한 전당대회 준비를 꼽았다. 그는 “취임 당시 당은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의원들이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만큼 내분이 심했다”며 “의원 워크숍을 통해 내분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게 보람찼다”고 말했다. 임기 막판 불거진 당헌 개정과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는 “당원의 권리를 점점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했을 뿐 특정인의 사당화를 위해 무리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를 상대로는 비대위원장 업무를 수행하며 윤석열 정부의 협치 의지를 느끼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했다. 우 위원장은 “제1 야당의 대표가 들어섰는데 대통령이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며 “정부가 민생경제를 챙기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과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런 생각이 기본적으로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