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新 소통법'…MZ세대에 직접 보고 받았다

입력 2022-08-26 17:33
수정 2022-08-27 00:55

“80세 다 된 노인(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사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복권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마련된 직원들과의 소통 자리에서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인 홍라희 전 관장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소개하는 등 직원들에게 솔직한 일상생활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구속으로 떨어진 사기를 진작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직원들과 간담회이 부회장은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MZ세대 직원들과 만났다. 직원들은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QD OLED TV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기 제품 전략과 특징 등을 이 부회장에게 소개하고 시연했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경영진이 아니라 MZ세대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제품 보고 이후 직원들과 간담회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직원이 여름휴가를 어머니와 보냈다고 소개하는 이 부회장에게 “어머니가 부회장님께 잔소리 많이 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홍 전 관장의 염려를 전하며 “비타민C를 복용합니다.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셨어요”라고 답했다.

앞서 직원들과 처음 만날 때 손 소독제를 직접 짜주며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나는 아직 안 걸렸다”며 “어느 정도 아팠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즉석에서 이 부회장에게 해당 부서원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 출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부회장은 직원 휴대폰을 통해 “다들 사업도 열심히 해야 하고, 최고 중요한 게 건강과 행복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부회장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해외 사업장 방문할 듯이 부회장은 복권 직후인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24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찾아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직원들과의 교류 자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다른 사업장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추석 연휴엔 미국 등 해외 사업장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 12일가량 출장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추석과 설 등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왔다. 지난해엔 8월 가석방 직후 가족과 함께 보내자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추석 연휴를 한국에서 보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가입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 기간에 미국 정치권·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해외 출장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19~20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 관계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를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장이 건설되고 있는 텍사스주 테일러 방문 등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