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26일 최종현 선대 회장(사진)의 24주기를 맞아 50년간 이어진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사례를 소개했다. 최종현 회장은 최종건 SK 창업주의 동생이자 최태원 현 회장의 부친이다.
최종현 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 SK그룹에 따르면 최종현 회장은 1962년 SK 합류 이후 “기업 이익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 아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SK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ESG 경영의 시발점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하고 충남 천안 광덕산, 충북 충주 인등산 등에서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최종현 회장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에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4500㏊의 민둥산은 400만 그루의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에 달한다.
그는 조림으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하기로 하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지금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불린다.
SK그룹이 1970년대부터 50년간 후원한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다. 장학퀴즈는 지금까지 2300여 회 방영됐다.
최종현 회장은 ESG 경영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시스템은 경영관리 요소와 일 처리 방식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그룹은 최 회장 주도 아래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2050년 이전 넷제로(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2030년 기준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