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이 빠르게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해 병력 증강에 나섰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의 팽창에 맞서 대만, 일본 등의 군비 증강 계획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美 지원에 병력 증강으로 맞선 러시아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군 병력을 기존보다 13만7000명 많은 115만628명으로 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약 6개월 만이다. 이번 대통령령 개정으로 민간인 군무원까지 포함한 전체 러시아 연방군 규모는 190만2758명에서 203만975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개정 대통령령은 내년 1월 1일 발효된다.
러시아가 군사력 증강에 나선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2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했지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동남부 전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2개월간 두드러진 전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29억8000만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단일 지원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이 대규모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러시아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 견제 나선 일본과 대만
아시아 지역에서도 군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집권 자민당이 향후 5년간 국방비 지출을 올해의 두 배로 늘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이 재무성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액이 근거다.
방위성의 2023년도 예산 요구액은 사상 최대인 5조5947억엔이다. 구체적 액수를 표기하지 않는 100여 가지 예산까지 포함하면 최종 금액은 더 늘어난다. 자민당은 5년 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비를 추적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런 증액 속도라면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까지 뛰어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간 평화헌법으로 인해 군비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본은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가중됐다. ‘대만 봉쇄’ 군사 훈련 중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칼럼에서 “대만의 유사 상황은 일본의 유사 상황임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대만 정부도 중국 견제에 가세했다. 25일 내년도 국방 예산을 역대 최대인 5863억대만달러(약 25조9300억원)로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3.9% 증가한 규모다. 대만은 6년 연속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다.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고조됐다.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실사격 훈련을 시행하는 등 군사활동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우리는 항상 안전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주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심이 (중국의) 압박이나 위협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