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상을 올릴 때는 1000개까지 올릴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암에 걸려서 지금까지 살아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을 운영하는 김동호 목사(71·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00번째까지 동영상을 올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독교계 원로인 김 목사는 2019년 6월부터 매일 새벽 6시에 20분 안팎의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왔다. 동영상은 혼자 성경 한 구절을 읽고 설교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김 목사가 직접 카메라로 촬영하고, 영상을 전공한 둘째 아들이 편집과 자막 작업을 맡는다. 영상 한 편당 조회수는 평균 7만~8만 회, 구독자는 24만 명에 달한다.
김 목사는 교회 개혁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교회 투명 재정과 담임목사 세습 반대 운동 등을 이끌어왔다. 2016년 은퇴한 그는 2019년 4월 갑작스럽게 폐암 진단을 받은 이후 매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항암 치료라는 게 원래도 힘든데 난 유별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다”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마음속에서 고통과 슬픔이 차지할 자리를 줄이자’는 생각에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고 했다.
매일 읽던 성경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그는 “목회 생활 중에도 새벽 기도를 하며 성경을 한 장씩 읽었다”며 “날마다 보던 성경인데도 내 현재 상황에 딱 맞는,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하나씩 있었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리즈 이름도 ‘날마다 기막힌 새벽’으로 정했다.
구독자 중에는 항암 치료를 받으며 김 목사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목사는 “아무래도 본인이나 가족이 항암 치료 중인 분들이 영상을 많이 보는 것 같다”며 “수많은 댓글 중에서 ‘항암 치료를 받던 아버지가 목사님 유튜브 덕에 천국처럼 행복하게 지내다 가셨다, 감사드린다’는 어느 따님의 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항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천국이라니… 그 댓글을 잊을 수가 없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에 가지 못한 이들도 김 목사의 영상을 통해 기도를 이어갔다. 코로나 사태는 교회를 비롯한 종교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종교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공공의 유익을 해치는 건 교회 정신이 아니다”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세상에 도움이 돼야지 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날마다 기막힌 새벽’은 언제까지 찾아올까. 김 목사는 “지금보다 몸이 더 힘든 상황에서 시작했으니,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