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이 어제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비대위 전환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 위원장을 선출한 상임전국위원회 의결이 비대위로 전환해야 할 만큼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기보다 일부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 것이다.
당정 연찬회에서 ‘원팀’을 외치던 날 나온 법원의 결정으로 국민의힘은 날벼락을 맞았다.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으나 되돌리긴 쉽지 않다. 오늘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지만 여의치 않다. 지도체제가 문제다. 비대위원장이 공백이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권한대행을 맡은 바 있는 그는 ‘내부 총질’ 문자 공개 등 잇단 헛발질로 리더십을 잃어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은 국민의힘의 업보다. 대선 승리 정당이 집권 100여 일 내내 총체적 혼돈을 겪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으로까지 간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은 대선 전부터 으르렁거리더니 집권 이후에도 총선 공천권 등 잿밥에 눈이 멀어 난파선 위에서 서로 키를 잡기 위한 이전투구에 매몰됐다. 그러다 보니 정권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하고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할 집권당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국민의힘의 고질적인 ‘웰빙’ 병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아귀다툼이 이어졌지만, 이쪽 저쪽 편에 서서 싸움에 가담할 뿐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의원이 없었다. 그 많은 중진의원은 다 어디 갔나. 대신 차기 유력 당권 주자 앞으로 줄서기는 바쁘다. 당은 급류에 떠내려가는데 절박함은 찾기 힘들고 모두 본인 기득권만 챙기려는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무사 안일함이 깊게 박혀 있어 부분 수술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참에 이준석계, ‘윤핵관’은 모두 물러나고, 계파에 매몰되지 않은 참신한 인물로 당 지도부를 확 바꿔 뼈를 깎는 쇄신, 혁신에 나서야 한다. 진짜 난파당해 산산조각이 나야 정신을 차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