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기회 놓친 고객에게 꽃과 카드 보낸 '주인' 같은 직원

입력 2022-08-26 11:57
수정 2022-08-26 12:42

“우리 직원은 주인의식이 없어 큰 일이야.”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 회사는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는가?

임파워먼트(empowerment)는 직원에게 자발적으로 일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고 키워 주는 것이다. 즉 직원의 기를 살려 주는 것이다.

직원이 상황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량권이 필요하다.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지면 직원의 자존감, 소속감, 책임감이 높아진다.

임파워먼트는 직원이 자율성과 창조성을 유지하게 만들고 내재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자발적인 사람은 부서간의 벽을 효과적으로 허물고 조직의 장애물을 제거한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될 것을 하라.” 넷플릭스는 이 모토에 따라 직원에게 임파워먼트를 하고 그들의 성숙한 행동을 신뢰한다.

리츠칼튼은 직원에게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일정한 액수까지 지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나는 고객의 문제를 책임지고 즉시 해결한다’는 서비스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상사에게 문제를 보고하고 승인 받느라 서비스가 지체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각적으로 문제에 대처할 때 가장 비용이 적게 듭니다. 고객의 불만은 오랫동안 방치할수록 더욱 커집니다.” 홍보 담당 임원의 말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권한을 주지 못하는 것은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회사는 규정이나 정책을 강조하고 직원은 몸을 사린다. 이렇게 회사 규정을 내세우는 직원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객이 좌절하는가?

게다가 직원 마저도 회사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경우 자신의 업무에 보람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직원에 대한 불신은 직원의 사기와 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킨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회장을 역임한 얀 칼슨은 이렇게 말했다. “고객에게 너그럽다고 해서 회사가 손해볼 일은 그리 크지 않다. 진짜 큰 문제는 직원들이 책임질 것을 두려워해서 서비스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임파워먼트를 위해서는 직원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한 지원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경영지원이다. 관리자가 임파워먼트에 필요한 정보를 직원과 공유하고 의사결정권을 인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식지원이다. 직원이 지식이 있어야 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지원이다. 직원은 정보시스템 담당자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서부 전력회사 PG&E(Pacific Gas & Electric Company)는 임파워먼트를 통해 조직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상사의 승인 없이는 계량기 설치 경로 조차도 변경할 수 없을 정도로 직원의 권한이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혁신을 추진하며 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상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그 결과, 연 800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되고 직원만족과 고객만족이 증가했다.

인터넷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직원에게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많은 권한을 준다. 고객 응대를 하는 컨택센터를 고객충성도팀(customer loyalty team)이라고 부른다. 직원의 역할과 책임은 말 그대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정해진 매뉴얼이나 스크립트도 없다. 자포스는 직원이 획일적인 태도로 고객을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자포스는 직원의 개성을 존중하고, 또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포스가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른 점이며, 자포스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말이다.

자포스 직원은 고객과 감정적 유대감을 맺는 것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재량권을 행사한다.

한 직원이 고객에게 배송한 신발을 잘 받았는지,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고자 연락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 고객은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신발을 샀던 것인데 그만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신발을 반품할 기회도 놓쳐버렸고. 이 얘기를 접한 직원은 즉시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고객에게는 한 다발의 꽃이 배달되었다. 카드에는 어머니를 잃고 상실감에 빠진 고객을 위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 직원이 보낸 것이다.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어요. 혹시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하신다면 자포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꽃을 받고 감동한 고객이 어느 블로그 사이트에 남긴 글이다. 이 글은 여기 저기 전달되며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고객에게 꽃과 카드를 보내는 것이 자포스 정책은 아니다. 우연히 고객의 사연을 접한 직원이 고객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판단해 보낸 것이다. 이런 직원의 자발적인 행동이 한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고객은 주위에 회사를 추천해 새로운 고객을 불러 모은다.

노드스트롬 백화점도 직원에 대한 임파워먼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권한, 정보, 지식 및 보상 측면을 살펴 보자.

먼저 권한 측면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 건전한 판단력을 활용하세요. 다른 규칙은 없습니다.” 업무 매뉴얼에 적힌 내용이다.

정보 측면에서는 직원들에게 상품 및 매출에 관한 정보를 공개한다. 상품 원가와 고객 분류 정보를 바탕으로 책임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므로 자유스럽게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다. 타 백화점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매니저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과 비교된다.

지식 측면은 철저한 교육과 강도 높은 현장훈련을 통해 직원 능력을 향상시킨다. 보상 측면에서는 동종 업계 최고 급여와 ‘이 달의 직원상’과 같은 심리적 보상을 제공한다. 재량권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한 직원의 경험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의 근무 의욕도 높이게 된다.

“직원처럼 굴지 말라.” 노드스트롬 전 CEO가 직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실제로 직원들은 고객을 만족시켜야 돈을 벌 수 있고 일하는 보람과 삶의 기쁨이 따라온다고 믿는다.
‘한 번에 한 분의 고객만을 모신다.’
‘고객 관계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끊임없이 노력하자).’
‘고객이 정말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는지 항상 자문해봐야 한다.’
노드스트롬의 회의실에 붙어 있는 슬로건들이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느껴지지 않는가?

직원에게 힘을 실어줘라. 주인처럼 행동하도록.<hr >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이유재 교수의 글과 다른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