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노인의 삶,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바꾼다

입력 2022-08-25 17:43
수정 2022-08-25 17:44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초고령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통계청은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전망’ 자료에서 2025년에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 전망했다. 2020년 807만 명에서 3년 만에 약 30%가 증가하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가 점차 빨라짐에 따라 실버산업 시장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스타트업들이 시니어 친화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돌봄 서비스부터 헬스케어, 이커머스, 여가 등 노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서비스 영역도 다양할뿐더러, MZ세대로 구성된 청년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들은 시니어 라이프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서비스를 진화시킴으로써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청사진을 그려내고 있다.

시니어 돌봄 영역 개척하는 ‘케어닥’
시니어 돌봄 플랫폼 케어닥은 국내 대표적인 실버산업 스타트업 중 하나다. 요양 및 간병 매칭은 물론 생활돌봄 서비스, 방문재활운동, 방문요양돌봄센터 등 전문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시니어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어린 시절 가족 돌봄을 위한 어머니의 희생과 노인 대상 봉사활동을 통해 현실을 지켜보며 국내 시니어 돌봄 시스템의 한계를 포착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기존 돌봄 산업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2018년 사업을 본격화했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요양시설 정보 및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요양시설 찾기’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사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후 기술과 데이터를 더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 오프라인 중심의 돌봄 산업을 온라인으로 확대해 디지털 성장을 이끌었다. 여기에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24시간 매칭 및 빠른 매칭과 간병비 정찰제 등으로 서비스 질은 유지하면서 고객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케어코디 연간 안심보험 100% 지원, ‘후불제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 제공 등 케어코디(요양보호사, 간병인)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 건강한 돌봄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주력했으며, 요양등급과 관계없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요양돌봄센터’ 직영 운영 등 고객의 돌봄 서비스 장벽을 낮추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케어닥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3배가량 높은 매출액을 달성했다. 누적 거래액 역시 2배 이상 증가해 연내 목표인 1,200억원을 빠르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치매 예방하는 로완
뇌 질환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로완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내 시니어 관련 분야를 선도하는 젊은 스타트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한승현 로완 대표 역시 치매로 고생하는 가족과 보호자를 보며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설립된 로완은 디지털 인지중재 프로그램 '슈퍼브레인'을 개발, 서비스하며 시니어층의 수요가 특히 높은 ‘뇌 질환 디지털치료제’를 선보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슈퍼브레인은 60세 이상 152명을 대상으로 약 3년 간 진행된 임상실험을 통해 혈관 위험인자 관리, 운동, 영양, 동기 등 5개 영역에서 다중중재 효과를 입증했다. 작년 9월부터는 비대면 모델 고도화에 착수했으며,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과 치매안심센터에서 '한국형 비대면 치매예방 전산화 인지중재치료 프로그램' 개발 진행 중에 있다.

로완은 올 초 약 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6월에는 서울 투자청이 주관하는 해외 투자유치 유망기업 ‘코어 100’ 1차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로완은 향후 디지털 치료기기의 국내외 인증, 인프라 확장 및 추가적인 인재 유치 등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더 나은 시니어 일상 위해 서비스 개발하는 스타트업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부터 관광 서비스, 시니어 복지 용구 큐레이션 이커머스 플랫폼 등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시니어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대 보건학과 박사 과정인 박지민 대표가 설립한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정션메드는 시니어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봄'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어르신의 건강관리 현황 확인, 가족 간 모니터링 등 상호작용 기능, 복약일정 및 병원 방문일정 알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정션메드는 이를 시작으로 향후 빅데이터 기반을 만들고 시니어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헬스케어 기업, 병원 등 다양한 기업, 기관과 MOU를 맺으며 서비스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표방하는 포페런츠 역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의 장준표 대표가 만든 시니어 관광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트래블 헬퍼'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 노인들의 건강한 나들이를 도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 사회복지사가 헬퍼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르신의 상태에 맞춘 가이드라인 및 컨설팅 후 나들이가 진행된다. 스마트모빌리티 업체 벅시와의 MOU를 통해 보다 안전한 이동 서비스 제공에도 신경 썼다. 포페런츠는 올 4월 정부가 진행하는 '관광벤처사업' 지원사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시니어와 보호자의 복지 용구 구매를 돕는 시니어 이커머스 플랫폼 ‘그레이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레이몰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맞춤형 복지용구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큐레이팅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제품과 정보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하며, 로그인을 통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자격 정보에 따라 연 한도액, 제품별 내구연한, 품목별 구매 개수 자동으로 계산해 보여주는 시스템을 적용해 직관적인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그레이스케일은 최근 가능성을 인정받아 프리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