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택배본부가 추석을 앞두고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쿠팡이 한진택배에 위탁하던 물량 일부를 자체 처리하면서 택배기사들의 임금이 줄었는데 사측이 이를 보전해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진택배는 전체 택배시장의 14%를 점유한 업계 2위 업체다. 총파업 불사하겠다는 택배노조택배노조 한진택배본부는 25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총력투쟁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사측이 현행 수수료(건당 750~850원)에 특별 수수료를 추가 지급해 택배기사 임금 감소분의 최소 절반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29일 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사 앞 농성과 배송 거부 등 총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택배노조와 한진택배의 갈등은 쿠팡이 한진택배에 위탁하던 물량을 자체 소화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이 한진택배에 위탁하던 물량 700만 개 중 360만 개를 지난 5월부터 자체 처리하자 택배기사 일감과 수입이 급감했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쿠팡 물량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택배기사 수수료가 반토막 났다”며 “쿠팡의 갑질에 따른 시장 교란이지만 한진이 택배기사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생계보장 특별수수료 지급을 비롯한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진택배는 현재까지 특별수수료 추가 지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감이 줄어든 모든 택배기사의 임금 감소분을 보전할 순 없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물량 감소로 임금이 감소한 택배기사는 1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한진택배기사 김모씨는 지난 7월 순수입이 122만2547원으로 6월(266만6014원) 대비 54.1% 감소했다. 노조 주장대로 1000여 명의 임금 감소분을 사측이 보전해주려면 7억2173만원을 투입해야 한다. 경기·울산 태업 시작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이미 경기 일부 지역과 울산 등에서 태업에 들어갔다. 한진택배대리점 소장 오모씨는 “벌써부터 토요일·월요일 배송을 거부하는 기사가 있다”며 “대리점에 택배가 도착했음에도 조합원의 태업으로 물건이 고객에게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진택배는 물량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진택배는 본사 영업 강화를 통해 택배 110만 상자를 확보했다. 택배 단가를 낮춰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260만 상자도 추가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회사 마진을 낮춰 물량을 확보하고 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늘려 쿠팡 이탈분을 최대한 채워넣고 있다”며 “총파업이 강행된다면 대체배송 등으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차에 걸쳐 노사 간 논의가 진행 중인데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과 총파업 불사 의사 표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다음달 1일 전국 건설 현장에서 일손을 놓고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노조는 △일당 인상 △유급휴일수당 인상 △포괄임금지침 폐기 등을 주장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