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산업 계열 주요 공공 연구기관 가운데 중소기업 연구에 특화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연은 주요 연구기관 중 예산 증가율 1위를 기록했지만, 연구 인력당 수행 과제 건수와 국제 논문 게재 건수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기연 등 5개 연구기관 중 에너지경제연이 연구 인력당 과제 수행 건수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건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평균 연구인력당 수행 과제는 4.76건으로 대외경제정책연(3.89건) 산업연(3.85건) 중기연(3.52건)을 크게 앞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공공투자 사업이 많은 KDI는 수행 과제 건수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기간 연구인력당 국제 논문 게재 건수도 에너지경제연이 0.37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외경제정책연(0.27건) 중기연(0.12건) KDI(0.1건) 산업연(0.0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대표 중소기업 연구기관인 중기연은 투자 대비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예산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중기연은 30.9%로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았다. 인력당 예산 역시 중기연이 1억9000만원으로 대외경제정책연(1억8000만원) 에너지경제연(1억6000만원) KDI(1억5000만원) 산업연(1억3000만원) 등보다 높게 나왔다. 중기연측은 그러나 "최근 5년간 예산증가율은 정부위탁사업 예산이 증가한 결과이며 정책연구사업 예산은 최근 3년간 동결됐다"며 "외주를 제외한 1인당 순 예산은 1.46억원으로 타 기관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중기연이 예산과 인력에 걸맞는 실적을 내놔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올들어 중소기업포커스나 해외동향보고서 발간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관장이 직장내 내부 문제로 경고 처분을 받기도 하는 등 최근 조직 상황도 어수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윤 중기연 원장은 "연구원 고유 목적(정책연구)을 강화하고 현재 낮은 연구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구 과제 수행이나 국제 논문 게재에 대해 질이 아닌 양으로 연구기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위탁사업이나 정책 현안에 집중할 경우 정량평가로는 낮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 출신 관계자는 “정부 과제나 자체 사업이 많은 기관은 과제 수행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