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산업계열 주요 공공 연구기관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4년간 연구 과제 수행과 국제 논문 게재면에서 가장 우수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주요 연구기관 중 예산 증가율 1위를 기록했지만 연구 인력당 수행 과제 건수와 국제 논문 게재 건수면에선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기연 등 5개 연구기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경제연은 연구 인력당 과제 수행 건수와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건수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평균 연구인력당 수행과제는 4.76건을 기록해 대외연(3.89건), 산업연(3.85건), 중기연(3.52건)을 크게 앞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공공투자사업과 개발도상국 컨설팅 등 고유 사업이 많은 KDI는 수행과제 건수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 과제 수행 건수가 연구기관에 대한 실적 지표 중 하나라면 연구자 개인의 역량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수로 비교해볼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은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평균 연구인력이 133명으로 KDI(388명)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지만 국제 논문 게재수는 50건으로 KDI(42건)를 능가했다. 같은 기간 연구인력당 국제 논문 게재건수를 수치화해본 결과 에너지경제연은 0.37건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대외연(0.27건), 중기연(0.12건), KDI(0.1건), 산업연(0.0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에너지경제연 관계자는 "과제 수행에 대해선 철저하게 계량적으로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고 업무 연관성이 큰 국제 논문 게재에 대해선 비용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직급간, 석사와 박사간 차별없이 실력으로 경쟁하는 문화가 조성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기관의 규모를 비교해보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KDI가 801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외연(406억원), 산업연(319억원), 에너지경제연(312억원), 중기연(216억원) 순을 기록했다. 인력면이나 연구인력면에서도 KDI가 각각 518명, 387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산업연(236명), 대외연(224명), 에너지경제연(184명), 중기연(113명) 등과 규모에서 차이가 컸다. 전체 인력 대비 연구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KDI(74.7%)였고 가장 낮은 곳은 중기연(69%)이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예산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중기연은 30.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외연(16.3%), KDI(1.9%) 순이었다. 산업연은 예산 변동이 거의 없었고 에너지경제연은 오히려 32% 삭감됐다. 인력 1명당 예산을 산출해본 결과, 중기연이 1.9억원으로 대외연(1.8억원), 에너지경제연(1.6억원), KDI(1.5억원), 산업연(1.3억원) 등보다 높게 나왔다. 연구인력 1명당 예산을 산출해도 같은 순위였다.
중소기업계에선 중기연이 예산과 인력에 걸맞는 실적을 내놔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올들어 중소기업포커스나 해외동향보고서 발간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관장이 직장내 내부 문제로 경고 처분을 받기도 하는 등 최근 조직 상황도 어수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기연측은 "최근 5년간 예산증가율은 정부위탁사업 예산이 증가한 결과이며 정책연구사업 예산은 최근 3년간 동결됐다"며 "외주를 제외한 1인당 순 예산은 1.46억원으로 타 기관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오동윤 중기연 원장은 "연구원 고유 목적(정책연구)을 강화하고 현재 낮은 연구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구 과제 수행이나 국제 논문 게재에 대해 질이 아닌 양으로 연구기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위탁사업이나 정책 현안에 집중할 경우 정량평가로는 낮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KDI관계자는 "중요한 정부 과제 연구에 몰두하다보면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