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2배로 뛰더니…광교 아파트 집주인들 '대혼란'

입력 2022-08-26 07:57
수정 2022-08-26 10:00

'수원의 강남'이라 불리며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가 있던 광교신도시 일대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 집값과 맞먹는 대장 아파트가 7억원 하락한 이후 하락 거래가 줄을 잇고 있다. 수년 간 치솟았던 가격이 꼭지를 찍고 조정받을 때가 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수원 영통구 하동 '광교호수마을 호반써밋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9일 10억원에 직거래로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는 지난 4월에 거래된 12억9500만원으로 해당 거래 역시 직거래였는데 이보다 2억9500만원 더 내렸다. 올해 신고가인 13억1000만원보단 3억1000만원, 작년 10월 기록한 13억4700만원보단 3억4700만원 급락한 수준이다.

원천동에 있는 '광교호반베르디움' 전용 59㎡도 지난 18일 7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거래된 7억1000만원보단 1000만원 높지만 같은 달 거래된 8억원 직거래보다는 8000만원 낮다. 올해 신고가인 8억9500만원보단 1억7500만원, 작년 최고가 9억2500만원보다는 2억5000만원 떨어졌다.

영통구 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광교호수마을 호반써밋아파트'는 특수거래로 봐야 한다"며 "이전 직거래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렸으니 과한 측면이 있다. 시세대로 거래됐다고는 보기 어려운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광교 대장 아파트 급락 이후 줄줄이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광교 대장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원천동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09㎡는 지난 5월 20억2000만원, 지난 4월 20억3000만원에 연이어 거래됐는데, 5월 거래 기준 작년 6월 거래된 최고가 27억원보다 6억8000만원이 급락했다.

원천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수요자는 없다고 봐도 된다"며 "다만 팔려는 집주인은 많다. 각자 사정도 다 다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여서 비과세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경우, 집을 분양받아 시세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경우 등 사정에 따라 매물 호가도 수억 원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조정 장세 이미 예상…"작년 말 집값 고점 인식 퍼져"이런 조정 장세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판단이다. 이의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광교신도시는 약 4년 동안 집값이 2배로 뛰었다"며 "작년 말부터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 조정받을 시기가 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면서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며 "당분간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광교신도시는 편의시설, 교육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다. 수원에서는 상급지라고 봐야 한다"며 "'급매 수준 가격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있는 만큼 조정 이후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2일) 기준 광교신도시가 있는 수원 영통구 집값은 0.3%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셋째 주(20일) 이후 26주 연속 하락이다. 올해 들어서는 3.74% 내려 수원 내 다른 구(區)인 △권선구(-2.02%) △장안구(-1.63%) △팔달구(-1.42%) 하락 폭을 웃돌았다.

매물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날 기준 영통구 매물 수는 4125건으로 연초 3243건보다 27.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도 990건에서 1797건으로 81.51% 확 뛰었다.

대외 환경은 더 악화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앞서 4월, 5월, 7월 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도 덩달아 올라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