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카드업계는 뜻밖의 호실적을 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국내 8개 전업카드사는 1년 새 12% 늘어난 1조668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또 한 차례 내린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이익을 낸 지난해 분위기를 이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업체마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과 변화를 위한 분투가 한창이다.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스타벅스 쿠팡페이 SSG페이 등 식음료 유통업계에서도 자체 간편결제 수단을 장착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신용카드 서비스를 운영해온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직접 신용카드업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무한 경쟁에 맞서 기존 카드사들은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카드관리·간편결제·자산관리 등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앱을 하나로 합치고, 각종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담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더 편하게, 더 오래 카드사 플랫폼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생생한 고객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카드 앱도 ‘슈퍼 플랫폼’으로 진화
신한카드는 2010년부터 운영해온 ‘신한카드’ 앱 운영을 다음달 27일 완전히 종료한다. 기존 신한카드 앱에서 제공하던 명세서 조회, 이용대금 결제 등 기본 서비스는 신한카드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신한플레이’ 앱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신한플레이는 카드 결제와 간편결제, 오픈뱅킹을 통한 송금, 자산관리 등 금융 고유 서비스는 물론 제휴사 통합 멤버십과 신분증 학생증 등의 기능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지갑, 고객 맞춤형 콘텐츠와 혜택을 모두 담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신한플레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19년 425만 명에서 올 상반기 710만 명으로 급증했다. 신한플레이를 통한 연간 취급액은 전체의 5분의 1 수준인 40조원이다.
기본 앱인 ‘KB국민카드’와 자산관리 특화 앱 ‘리브메이트’,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 등 3개 앱을 운영해온 국민카드도 KB페이로 플랫폼을 통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올 1월엔 국민카드 앱의 결제, 카드 발급 등 주요 기능을 KB페이로 통합했고 별도 계좌 개설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선불전자지급수단 ‘KB페이 머니’도 선보였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간 상호 연동을 통해 타사 카드 결제도 KB페이에서 가능하도록 결제 수단을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11일 우리은행과 손잡고 ‘우리WON카드’ 앱을 통합결제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우리카드나 우리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우리WON카드 앱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등록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개방성에 방점을 찍은 통합결제 플랫폼으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 플랫폼 통합 작업을 진행해온 하나카드도 다음달부터 기존 ‘하나카드’ 앱을 없애고 간편결제 앱인 ‘원큐페이’로 플랫폼을 일원화한다. 원큐페이는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이용내역 조회 등 기본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구매, 상품권 QR결제 등의 기능도 넣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원큐페이를 그룹 대표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서비스삼성카드는 지난 4월 삼성생명·화재·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와 통합 앱 ‘모니모’를 선보였다. 삼성카드의 모든 서비스는 물론 간편송금, 환전, 부동산·자동차 시세조회 등 종합 금융 서비스와 각종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한데 모아 제공한다. 비씨카드가 일찌감치 생활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며 2017년 출시한 ‘페이북’은 누적 고객 수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월 평균 결제액은 1조원에 이른다. 페이북은 QR코드 결제와 카드·대출·보험 등 금융상품 추천, 금·해외 주식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는 물론 공연 티켓 예매, 맛집 예약 등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기존 카드 앱을 전면 리뉴얼해 출시한 ‘디지로카’를 디지털 큐레이팅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자산관리, 금융상품 추천부터 미술품 공동 구매, 가전·가구 방문관리, 주요 브랜드 50% 할인쿠폰 제공 등 특색 있는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앱 내 디지털 서비스 실험공간 ‘현카연구소’를 개설하고 맞춤형 가계부 서비스인 ‘소비 캘린더’, 여러 쇼핑몰에 흩어진 장바구니 내역을 한데 모아 조회·결제할 수 있는 ‘위시리스트’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