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지만 그만큼 ‘바가지’ 논란과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큰 곳이기도 하다. 특히 렌터카는 ‘고무줄 요금’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렌터카업체들은 그들대로 수백 곳이 ‘박 터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제주 토박이인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사진)는 실시간 가격 비교·예약 플랫폼으로 이 간극만 해소하면 렌터카회사도 살리고, 관광산업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렌터카업체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100곳을 입점시켰더니 어느새 국내 1위 렌터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주 관광 슈퍼앱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제주패스 얘기다.
윤 대표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는 렌터카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플랫폼도 가장 첨단화됐다”며 “이 노하우를 가지고 일본 미국 등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설립한 캐플릭스는 국내 최초의 실시간 렌터카 예약 서비스인 제주패스로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 매출 670억원을 올렸다. 전국 렌터카회사 450곳, 차량이 4만2000대에 달하는 국내 1위 렌터카 공유 플랫폼이다. 제주에서만 100곳의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 3월 2000억원의 기업가치로 3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야놀자가 투자자로 참여해 2대 주주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윤 대표는 “렌터카 예약·관리 시스템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했다.
그가 회사를 세운 2012년만 해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각 업체에 전화해 렌터카를 예약했다. 제대로 된 예약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바가지를 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업체가 ‘특가’라는 이름으로 예약가를 1000원으로 올려놓고, 예약자가 현장에 가면 보험료 수십만원을 더 매기는 식이었다. 당시 숙박 예약 사업을 하던 윤 대표는 렌터카에 실시간 예약 방식을 적용하고 가격을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설하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제주패스를 개설하고 6개월간은 렌터카업체들이 플랫폼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렌터카업체 대표가 상주인 상가에 가서 2박3일 동안 음식을 날랐어요. 렌터카업체 사장님이 제 정성에 탄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다섯 곳을 입점시켰고, 입소문이 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수요를 예측해 렌터카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번거로운 대면 계약서 작성 과정을 대체하는 키오스크도 보급했다. 제주 렌터카 시장을 장악한 뒤엔 내륙형 렌터카 구독서비스인 모자이카도 내놨다.
윤 대표는 이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해외 렌터카를 예약하고 현장에 가보면 그 차량이 없다며 옵션이 안 좋은 다른 차량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시간 예약과 합리적 가격 적용 등 제주패스의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첫 해외 진출 지역은 오키나와 등 섬이 많아 렌터카 수요가 큰 일본이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과 동남아시아의 관광지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렌터카 예약으로 시작한 캐플릭스를 글로벌 종합 온라인 여행사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3월 제주패스를 항공부터 숙박, 맛집, 여가 활동까지 예약할 수 있는 제주 여행 슈퍼앱으로 개편했다. 매출의 1~5%를 제주 환경보호 활동 등에 여행객 이름으로 기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플랫폼도 구축했다. 윤 대표는 “부킹닷컴 같은 숙박 OTA처럼 렌터카 전문 OTA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