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국내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사진)이 인수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태장 미슬토 회장에게 회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 전량이다. 예상 거래 가격은 2000억원 안팎이다.
2000년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에서 활발한 투자활동을 해온 VC다. 올 1분기 기준 10개의 벤처펀드를 운용 중이다. 운용자산(AUM)은 2조2000억원이다. 주로 시드 및 시리즈A 단계의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 아이유노미디어, 네이버제트(제페토 운용사), 소다 등이 대표 포트폴리오다. 초기 투자한 하이퍼커넥트(2조원), 래디시(5000억원) 등이 지난해 각각 매치그룹과 카카오에 매각되면서 ‘잭팟’을 거두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본사가 알짜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매각하는 건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가 낸 대규모 손실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2분기에 3조1627억엔(약 30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창사 이후 최대 적자다. 이 중 91%가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외부 출자자의 자금으로 운용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자기자본 출자 비중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 보유 지분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앞서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전부 무산됐다. 지난달 신세계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직접 나서 손 회장에게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손정의 회장의 막내동생으로 열다섯 살 터울이다. 도쿄대에 재학 중이던 23세에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던 야후재팬 설립에 참여했고, 1998년 소프트뱅크 내에서 게임회사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겅호) 창업을 주도했다. 겅호가 2005년 오사카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면서 2조원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2013년 싱가포르에서 벤처캐피털 미슬토를 창업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인 클래스팅에 투자하며 국내 창업자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차준호/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