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차라리 두리뭉실한 게 낫습니다[더 머니이스트-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입력 2022-08-26 08:06
수정 2022-08-26 10:55
지난 16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두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평가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했던 '당면 사안들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방안'에 대한 세간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는 공공중심으로 추진하겠다던 과거의 정책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무리한 부분이라고 지적되던 일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주축이기에, 새로운 것이 없다거나 종전하고 다른 점이 뭐냐는 식으로 지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만약 획기적인 한 방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대책이 제시됐다면 오히려 현실성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을 지적받아야 합니다.

큰 줄기를 담은 이번 발표 이후로는 더 이상 세간의 시선이 주택·부동산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세부 사안의 구체화나 추진 경과 등은 부각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으면 합니다. 그러는 편이 종전의 문제를 답습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심에서의 주택공급 확대와 연관된 주요 내용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 확대'는 시장수요에 맞추겠다는 의도입니다. 서울은 최근 10년간 정비사업의 추진이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억눌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초창기에도 시끄러웠던 한남3구역이 그렇습니다. 때문에 공공이 일방적으로 정비사업지를 지정하지 않고 희망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민간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상황에서는 정비사업을 억제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들의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미 합헌으로 판결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폐지에 앞서 실제로 적용되는 부담금의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현행 '정밀안전진단'도 재건축을 억제하는 요소가 지적되므로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합니다. 1980~90년대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가 적지 않은 수도권의 여건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민간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전문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내용인 '조합설립 없이도 신탁사를 활용 가능토록 하는 것'은 표준계약서까지 도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왜 정비사업에서 신탁이 활성화되지 못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사업 투명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민간도심복합사업'은 단순히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으로 사업을 촉진하겠다는 방침보다는 제시된 내용처럼 공공기여라는 반대급부를 적절히 부과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용산정비창 부지의 개발안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공이 강제수용방식을 적용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종전의 방침을 수정하겠다는 점은 민간의 재산권 보호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1기 신도시의 마스터플랜 수립'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량으로 공급된 아파트가 많고 노후화가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계획은 꼭 필요한 사안입니다. 지금 시점에서의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주택공급확대라는 목적을 함께 갖고 있기에 연면적과 가구수 증가가 사실상 필연적입니다. 학교와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은 물론 인동 간격과 일조권,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관련 법률, 단지별 정비사업의 추진순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뤄야 할 사안이 상당합니다. 때문에 목표 기한을 짧게 설정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측면에서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주택공급 촉진지역 제도'는 예측되는 지역 수요에 맞춰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으로 적절히 운영되면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시도입니다. 다만 규제 완화라는 단계에서는 글자 그대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주차요건이 완화된 도시형생활주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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