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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와 3위 노드스트롬이 나란히 연간 실적 전망을 낮췄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견고했던 상품 수요가 악화된 탓이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중소득층의 소비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필품 가격 올라 의류 등 소비 위축”
23일(현지시간) 메이시스는 2022회계연도 2분기(5~7월)에 매출 56억달러(약 7조5200억원), 순이익 2억7500만달러(약 3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달러였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이 내놓은 추정치(86센트)를 웃돌았다.
2분기 지표만 보면 호실적이지만 문제는 실적 전망이다. 메이시스는 2022회계연도 매출을 243억4000만~245억8000만달러로 전망했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놨던 전망치(244억6000만~247억달러)보다 낮췄다. 연간 EPS 전망치도 4.53~4.95달러에서 4~4.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애드리언 미첼 메이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생필품, 특히 식료품 가격이 올라 의류 등 고가 제품 판매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미국 백화점업체인 노드스트롬도 이날 실적 전망을 낮췄다. 노드스트롬은 2022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39억9000만달러(약 5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35억70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올 회계연도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6~8%에서 5~7%로 하향 조정했다. 연간 EPS 전망치는 3.2~3.5달러에서 2.3~2.6달러로 낮췄다.
노드스트롬은 5월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고소득층 고객의 지출이 줄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최근 들어 소비가 꺾이자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재고 과잉→할인→수익성↓미국 백화점업체들이 실적 전망을 낮춘 것은 중소득층 소비 심리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시스에선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의 매출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25만달러 미만 소득층 방문 고객 수가 줄었다. 이로 인해 늘어날 재고를 고려해 실적 눈높이를 낮췄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릭 노드스트롬 노드스트롬 최고경영자(CEO)는 “6월 말부터 할인매장 브랜드인 ‘노드스트롬 랙’에서 고객 방문 지표와 제품 수요가 악화됐다”며 “노드스트롬 랙의 고가 제품 전시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기준 2위 백화점업체인 콜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콜스는 18일 2022회계연도(지난 2월~2023년 1월) 매출 전망치를 0~1% 증가에서 5~6% 감소로 대폭 하향했다. 콜스는 “2분기 가정용품, 아동복 실적이 저조했다”며 “소비자들이 의류 구매를 줄이고 할인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폭 할인에 나서면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의 소매업체에서 최근 몇 주간 방문객 수가 줄고 있다”며 “재고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백화점이 할인에 의존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30일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달보다 낮게 나오면 소비침체 우려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100을 기준으로 소비심리를 평가하는 이 지수는 지난달 95.7을 기록해 두 달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