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하락세였던 경차가 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경차 판매량은 7만8056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가운데 경차가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하락세였던 경차...올해 10만대 찍을까경차가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 고유가 등 최근 겪고 있는 '경기 불황'이 꼽힌다. 경차는 실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5만6521대가 판매되며 국내 시장 점유율 27.6%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경차는 이후 2012년 20만대 수준으로 정점을 찍고 경기가 조금씩 회복됨에 따라 판매량이 감소하며 점차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 9만7000대, 지난해 9만5000대로 10만대 이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상황이다.
업계는 경차가 올해부터 1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올해 판매 목표가 5만대이고, 올해 9월 출시되는 기아의 더 뉴 기아 레이가 흥행할 경우 거뜬히 10만대를 찍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차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취득세가 일반 승용차보다 낮을뿐더러, 유류비 지원 한도도 연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보험료 할인과 통행료, 주차비 할인 등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중고 경차 모닝을 첫 차로 타고 있는 이모 씨(33)는 "경차를 타면서 가장 좋은 점은 주차비 등 각종 할인 혜택"이라며 "공영 주차장의 경우 온종일 차를 대도 50%가 할인되니 주차비에 대한 부담이 적어 거의 매일 차를 타고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운전석, 뒷좌석 모두 접고 공간성 최대로...변화하는 경차여기에 최근 경차를 활용한 차박이나, 각종 배달업 등이 성행하면서 경차의 실용성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경차는 좁아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공식을 깨고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신차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출시된 캐스퍼는 운전석과 뒷좌석을 모두 접을 수 있도록 개발돼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로 캐스퍼는 사전 예약에서만 1만8000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기아 또한 레이 1인승 밴을 출시해 기존 2인승 밴 모델에서 동승석 시트를 제거하고 하단에 별도 수납공간을 마련해 최대 화물 적재 용량을 1628ℓ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차가 주목을 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유지비 측면과 아울러,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경차를 활용한 차박 등의 새로운 문화도 경차 인기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