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7만8천원 사건' 강조 왜?"

입력 2022-08-24 09:43
수정 2022-08-24 10: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23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받는 부인 김혜경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아내는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카드는 배 모 비서관이 쓴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 측이 해당 의혹을 '7만8000원 사건'이라 명명하자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런 용어로 '고작 7만 8천원 갖고 수사를 하느냐'는 논리를 유포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제가 부하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아내는 배씨가 사비를 쓴 것으로 알았고, 음식값을 주었다는 점도 밝혔다"면서 "경찰조사 중 배씨가 전달했다는 음식은 16건 180만원이었다고 하지만 이것도 전부 사실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음식점에서 아내는 선거카드로 자기 몫 2만6000원만 냈고, 동석자 3인 몫 7만8000원을 배씨와 제보자 A씨가 아내와 수행책임자 B모 변호사에게까지 숨기며 법인카드로 결제했음을 보여주는 A씨와 배씨간 대화 녹음을 지적했는데, 경찰은 이에 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80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고 불법 유용에 가담했다면 큰 잘못이다"라면서도 "법인카드를 쓰거나 부당 사용을 지시하거나 부당 사용을 알면서 용인한 것도 아닌데,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고통을 겪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한없이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김씨 측 대리인도 입장문을 통해 "김씨는 7만8000원이 법인카드 의혹 제보자 A씨에 의해 경기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했고, 현장에서 A씨를 보지도 못했다"면서 "김씨는 그동안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한 적 없고, 법인카드의 부당 사용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7만8000원 사건'에서도 김 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김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두하면서 ‘7만 8000원 사건'이라는 조어를 사용했다"면서 "이 후보는 그 얘기를 자신의 SNS에 올린다. 지지자들은 당장 '고작 7만 8000원 갖고 수사를 하느냐'면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정직하지 못한 사술(詐術)이다"라고 꼬집었다.

유 평론가는 "‘7만 8000원’의 3인 식대를 결제한 건은 선거법 위반 혐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액수에 상관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하는 사안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 ‘7만 8000원’은 김씨가 받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혐의들 가운데서 정말 얼마 안 되는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어 "김씨와 관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들은 대략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도 소고기 구매 의혹, 30인분 샌드위치 구입 의혹, 카드 바꿔치기 결제 의혹,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 ‘한우 카드깡’ 의혹, 사적 음식값 결제에 경기도청 5개 부서 예산을 동원했다는 의혹, 이재명 후보 자택 앞 복집 318만원 결제 의혹 등 부지기수다"라며 "많은 의혹들의 진실은 조사를 통해서 가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 많은 의혹들을 ‘7만 8000원 사건’이라고 일제히 네이밍하고 '고작 7만 8000원 갖고'라는 논리를 유포시킨다"면서 "아직 수사해야 하니까 예단 없이 지켜보려고 했지만 '7만 8천원 사건'이라는 네이밍이 기가 막혀 말을 안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와 김씨 주장과 달리 수사기관에서는 법인카드 횡령과 관용차 렌트 비용, 배 사무관 11년 치 급여까지 최대 5억원이 넘는 국고손실죄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과 경찰의 혐의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경찰은 배씨가 공무원이 된 과정부터 살폈고 그가 5급 공무원으로서 월급을 경기도청에서 받았는데 실제로는 김씨의 사적 업무를 주로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배씨 월급 전체를 국고 손실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치적 모임에서 법인카드로 결제가 됐는데 누가 돈을 냈는지 확인도 안 했고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45분쯤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후 6시50분쯤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