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고 나와 귀가했다. 오후 1시45분께 경찰에 출석한 지 5시간여 만이다.
당초 김씨에 대한 조사는 조서 열람까지 합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했나", "법인카드 사적 이용을 지시한 적이 있는가" 등 취재진 질문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차량에 탑승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 씨 등을 통해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았는지 등 의혹 전반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진 김씨가 어떤 답변을 내놨는 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간 김씨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 김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김씨는 일정 조율을 거쳐 2주 만인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김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 측은 출석 직전 이 의원실 페이스북을 통해 "김혜경 씨는 오늘(23일) 오후 2시경 경기남부경찰청에 이른바 '7만8000원 사건' 등 법인카드 관련 조사를 위해 출석합니다"라고 밝히면서, 직접 출석 사실을 공개했다.
또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 출석 및 귀가 과정에서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찰이 김씨를 추가 소환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과도 얽혀, 공소시효(9월9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김씨와 재차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이 의원이 이번 주말 마지막 일정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 입장에서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사건 관계인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정 시점은 이달 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고발장 내용을 살펴본 뒤 경기도청 및 법인카드가 사용된 식당 등 129곳을 차례로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핵심 인물인 배씨와 공익신고자 신분인 최초 제보자 A씨를 각각 불러 조사를 벌였다.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배씨의 지인 40대 B씨가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논란이 발생했다. B씨는 이 의원이 대선 경선을 치를 당시 후보 캠프에서 운전기사로 일한 이력이 있는 등 이 의원 측과의 연관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B씨가 캠프에서 운전 업무를 했지만, 김씨의 차를 운전한 것은 아니며 배우자가 탄 차의 앞쪽에서 운행하는 다른 차 운전을 맡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