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의 나라 스위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헌혈 부족을 겪으면서 정치권이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스위스의 혈액 보유량은 '보통'을 밑돈다.
혈액 보유량은 혈액 공급에 문제가 없는 상태인 '충분', 헌혈 없이도 10일간 혈액 공급이 가능한 '보통', 6일까지만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부족', 4일까지 혈액 공급이 가능한 '심각', 혈액 공급 기간이 2일에 그치는 '극심한 부족' 등 단계로 나뉜다.
혈액 보유량 부족 현상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이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장기간 방역 규제 속 시민들의 헌혈 참여도가 크게 줄었고, 직장 단체 헌혈 등 여러 가지 헌혈 행사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던 탓이다.
올해 들어 방역 규제가 대부분 풀렸는데도 헌혈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스위스도 다른 일부 국가들처럼 헌혈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는 성적 지향이 동성애 및 양성애인 남성에 대해 헌혈 제한을 두고 있다. 동성애 남성은 성관계를 하지 않은 기간이 12개월을 넘어야 헌혈이 가능하고, 양성애 남성은 4개월간 성관계 파트너를 바꾸지 않아야 한다.
스위스 자유민주당 코티에 다미언 의원은 현지 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남성에게 12개월의 금욕 기간을 헌혈 요건으로 부여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적 지식으로 보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의회에서는 헌혈 제한 요건을 완화하거나 일부 해지하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한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도 유사한 규제가 있었지만, 헌혈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이 같은 제한을 풀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