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방영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 "어차피 그 얼굴로 결혼은 무리" 등의 대사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가 제재를 내린 것이 정당하단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만화 '안녕 자두야' 제작사가 방심위를 상대로 낸 제재 조치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2월 '안녕 자두야'의 에피소드 중 '예뻐지고 싶어' 편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에피소드는 방송에 송출되지 못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딸에게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라고 말한다. 또 한복집 할머니가 주인공 여아에게 "어차피 그 얼굴로 결혼은 무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예뻐지는 비법서'를 따라 하며 뾰족한 젓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찔러 보조개를 만드는 장면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런 내용이 "여성의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상품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장면들"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성은 능력이 뛰어나도 외모(하얀 피부, 보조개 등)가 예쁘지 못하면 결혼을 할 수 없고, 결혼을 못 하거나 남성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성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이분법적인 묘사"라고도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어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그릇된 성 관념으로 인해 이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이 사건 에피소드를 웃으며 즐기기 어렵다고 할 것"이라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작사 측은 해당 에피소드가 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며 제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상 성차별금지 원칙에 따라 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외모지상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청은 그 당시에도 동일하게 제기됐다"며 이 만화가 제작 이후 2020년경까지 어린이 채널에서 계속 방영된 만큼 지금이라도 문제의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