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 경고등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에 여파를 미치는 주택시장의 위축이 시작됐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미국 50개 대도시 중 30곳에선 이미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다.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근거로 들던 고용시장도 예전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집값 내림세로
22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미국 부동산정보회사 질로 자료를 인용해 미국 주택 가격 중간값이 지난달 기준 35만7107달러(약 4억7920만원)로 전월(35만7473달러) 대비 0.1%(366달러)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질로에 따르면 이 수치가 전월 대비 떨어진 것은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질로는 지난달 미국 50개 대도시 중 60%인 30곳에서 전월 대비 집값이 떨어졌다고 집계했다. 새너제이(-4.5%) 샌프란시스코(-2.8%)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의 낙폭이 컸다. Fed가 최근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해 대출 부담이 커지자 주택 수요가 위축돼 집값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도 미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레드핀의 조사를 인용해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자들이 다수 이주한 도시에서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자들이 몰려들며 최근 2년간 집값이 급등했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주택시장이 식어가자 집을 빨리 팔아치우기 위해 가격을 낮춰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다호주 보이즈에서는 지난달 매물로 나온 주택 중 70%가 가격을 낮췄다. 전년 같은 기간(30%)의 배 이상이다. 쇼나 펜들턴 레드핀 에이전트는 “개인 주택 판매자와 건설업자 모두 여름부터 매도 호가를 빠르게 내리고 있다”며 “몇 달 전 이웃집이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집값을 비싸게 불러도 매수 제안을 많이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버팀목 고용시장도 불안 조짐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은 고용시장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시장 이직률은 지난달 4.1%로 전년 같은 기간(5.9%)보다 낮아졌다. 뉴욕연방은행은 “여성과 연간 가구 소득이 6만달러 이하인 응답자의 이직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용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4.7%로 역시 전년 동기(24.0%)보다 늘었다. 만 45세 미만, 대학 학위가 있는 젊은 구직자가 늘었다. 최근 4개월간 한 번 이상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는 응답률은 21.1%로 1년 전(21.6%)보다 소폭 떨어졌다.
부동산과 고용이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심화하고 있다. CNN은 미국실물경제협회(NBER)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경제학자 중 72%가 내년 중반이 되기 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19%는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 상황이라고 답했다. 경제학자 4명 중 3명꼴인 73%가 Fed가 2년 안에 경기를 침체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율을 2%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Fed의 성공을 예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3%에 그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